오디오의 유산 A Heritage of Audio
김영섭 지음 / 한길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명한 건축가 김영섭의 『오디오의 유산』. 이 책은 책이라기보다 차라리 귀의 황홀경을 열어주는 오디오 그 자체다. 커다란 판형에 무게도 상당해서 절대 누워서는 읽을 수 없고 반듯이 책상에 펴놓고 읽어야 하는 만만찮은 인쇄 예술품이다. 이 책은 대단히 지성적이고 게다가 고전음악을 사랑하는 내 친구에게서 오래 전에 빌렸으나, 주로 음악을 들으면서 조금씩 읽다보니 완독에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내 친구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데, 그의 집에서 전통 있는 유럽제 스피커와 CD 플레이어로 여러 번 들어 보았던 고전음악들은 나의 대중적인 일본제 CD 플레이어 보다 훨씬 쭉 뻗어 나가는 소리로 나를 사로잡곤 했다. 같은 음악도 소스 기기와 앰프, 스피커에 따라 대단히 다르게 들리는 것이 오디오의 본질일 텐데, 고전음악은 유럽에서 발달한 것이므로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세팅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이 책 본문에 등장하는 오디오 기기들은 한 때 오디오에 빠졌었거나 현재 오디오에 빠져 있는 마니아라면 반드시 탐을 낼만한 오디오계의 명기들이다. 나 역시 음악 잡지나 오디오 쇼 등지에서 직접 보았거나 소문으로 들어 보았던 기기들도 있고, 전시회에서 만져본 것도 있지만, 대부분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가격과 스펙으로 인해 앞으로도 소유하기가 어려울 제품들이 많다. 그래도 사진으로 나마 볼 수 있어서 눈의 황홀경을 실컷 누렸다. 특히 저자가 실제로 사용해보았던 각 기기들의 개발 역사와 전기적·기계적 설명들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기기를 가지고 음악을 듣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책을 빌려준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벗이여, 곧 돌려주려 연구실로 방문할 터이니 기다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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