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모꼴 내 인생
배리언 존슨 지음, 김한결 옮김 / 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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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책이 재미있어서 한번도 쉬지 않고 봤던 것 같아요. 무리한 스케쥴에 집에 오면 일단 누워 자는데 이 책 다 읽느라 새벽 2시에 자서 다음날 고생했습니다..ㅠ 이 책은 10대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잘나가는 고등학생 사라가 임신을 했는데 낳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죠. 이야기는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머릿속이 좀 복잡해지네요. 


다 읽고 나니 제 초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친구라기보다는 '아는 아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네요. 저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남자아이와 아파트 같은 통로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주쳐도 인사도 안하는 안친한 관계였는데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인가(21살 쯤 되었을 때였어요) 어느날 갓난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타더라고요. 그것을 보고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더랬죠. 


소문을 들어보니 흔히 말하는대로 '사고를 친'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기가 막혀서 쓰러지시고. 그 아이는 여자친구와 같이 와서 울고.. 중간에 이런 저런 갈등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아이를 낳겠다고 해서 낳았고 아내(?)와 함께 부모님 댁에서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자아이는 아기를 키워야 했기에 대학을 그만두었고, 남자아이는 분유값을 벌기 위해서 모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도 대학을 그만두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는 그들의 선택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긴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아이를 낳음으로써 감수해야 하는 현실은 정말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할만큼 가혹했으니까요.
  

이 책의 주인공은 론다입니다. 론다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부잣집 아들에 외모도 출중하고 심지어 농구까지 잘하는 크리스토퍼랑 연인이었어요. 순수하게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을 하던 론다는 어느날 자신이 임신을 하였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무책임하게 돌아서 버립니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던 론다. 그녀는 결국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돈으로 애틀란타의 어느 병원으로 가서 낙태수술을 합니다. 


'잘못된(?) 연애'로 많은 상처를 받은 론다는 그 후 공부에만 몰두하여 미국의 최고 공대인 조지아 공대 장학생 입학을 노리고 있는 수재로 거듭납니다. 봉사활동에도 충실해서 지역복지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녀에게 어느날 그 학교에서 가장 잘나가는 1학년 사라가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찾아옵니다. 어머니가 대법관이신 집안도 잘나가고 얼굴도 예쁜 그아이가 지역복지센터로 오다니요! 론다는 말도 안된다며 책임자에게 항의하지만 잘나가는 사라의 어머니 때문에 사라를 가르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론다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사라는 몸매가 정말 예쁜데도 헐렁한 코트를 입고 있고, 갑작스레 토하는 증상이 몇주 지속되었다고 하는 점이죠. 이상한 낌새를 차린 론다는 사라에게 묻습니다. "몇주나 되었니?" 깜짝 놀랐지만 솔직하게 론다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 놓는 사라. 론다는 입덧이 심하다는 사라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줍니다. 론다가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한 사라는 묻습니다. "근데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만난지 몇 번 되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의 절박함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론다는 사라에게 진심을 털어 놓습니다. "나도 그랬거든."
 

그 후 론다는 사라의 마음에 쏙 들어서 그녀의 과외선생님으로 고용되고... 두 아이는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사라의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죠. 이야기는 그 우여곡절의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낙태 수술을 위해 병원에 갔으나 결국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라의 이야기, 학교에 임신 사실이 알려져서 생기는 소동. 그리고 사라를 과외해주다가 론다가 사라의 오빠인 데이비드와 눈이 맞는(!) 이야기. 그리고 낙태수술 이후 어색해져서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론다와 그녀의 아버지사이의 관계의 회복과정 이야기. 그리고 옛 애인 크리스토퍼와 얽혀서 생기는 사건까지! 매력적인 인물들과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로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어요.

 
낙태를 하고 나서 계속해서 마음고생을 하는 론다를 보며 성관계를 갖기 이전에 조금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결국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사라를 보며 생명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책에는 출산 후에 겪게 될 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하여서는 전혀 그려져 있지가 않아요. 어쩌면 사라와 조니(아이의 아버지)는 대학생이 되지 못할 수도 있고요.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펼칠 수 있었던 많은 꿈들을 펼쳐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하여서는 다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라는 부잣집 딸이기에 아이를 낳고도 맞딱드리게 되는 현실이 그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야기가 비교적 가볍게 마무리 된 만큼 '10대의 출산'이란 문제에 대하여 좀 더 현실적이고 깊이있게 성찰해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주제의 무게에 비하여 유쾌하고 재미있게(?) 글이 쓰여졌기에 독서력이 그렇게 높지 않은 청소년들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10대의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텍사스 도서관협회 선정 고등학교 추천도서라고 씌여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고등학생이 읽기에 알맞은 책 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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