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 the World : 힐 더 월드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지구행복 프로젝트
국제아동돕기연합 UHIC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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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대학교 4학년 학생인데도 HEAL이라는 단어를 몰라 전자사전을 뒤적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책을 읽는 내내 느꼈다. 
 

나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데 얼마나 일조를 했을까?
아니, 이 질문이 더 쉽겠다.
나는 세상을 얼마나 오염시켰을까?

책을 읽고 난 후 의도하지 않은 나의 행동도 죄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몰랐다는 이유로 수많은 나쁜 짓(특히 환경 오염 부분에서)들을 저질러왔고, 그것을 이제야 깨달은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부채질 해가며 가라앉히려 노력했지만, 멋진 왕자님이 내 앞에 무릎끓고 다이아반지를 내밀며 청혼하는 상상을 한 댓가로 나의 얼굴은 가라앉지 않았다.

학교 과제로 어쩔 수 없이 호텔 르완다를 보고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처럼 힐더월드를 읽고도 생각에 잠겨 책상앞을 떠나지 못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호텔 르완다를 보고 내전의 폐해에 대해 가슴깊이 느꼈을 때가 불과 몇 년전인데 그 때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 했을 뿐이다.

호텔 르완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키드 등을 읽으며 좌절에 빠졌다가도 그라민 은행 부분을 읽으면서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책은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희망에 대해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많은 나쁜 사람들 사이로 보이지 않는 많은 좋은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건 나의 생각이고 나는 나쁜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다짐을 했다. 책을 읽고 다짐을 하는건 어릴적 이후로 잘 하지 않는데(얼마나 부질 없는 짓인지를 몸소 깨달은 후) 이 책을 읽고 그 부질 없는 짓이 부질 있는 짓이 되길 희망하며 태극기 앞에, 아니 지구 앞에 다짐했다.

1. 휴지는 15칸만 쓴다.
2. 모피는 절대(선물이여도) 입지 않는다.
3. 양탄자를 살 땐 러그마크가 붙은 양탄자를 사겠다.
4. 왠만하면 걷겠다.

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꼭 해야겠다 다짐하게 된 건 이 4가지다. 특히 휴지를 많이 쓰는데(행주나 걸레를 이용해도 될 껄 휴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볼 일을 본 후 필요 이상으로 휴지를 쓴다.) 휴지를 줄이는 것을 끊임 없이 생각하며 지켜나갈 것이다.

이 다짐이 잘 지켜지리라 믿는다. 사실 고기를 좋아해 고기를 안 먹는 건 다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다짐들을 조금씩 자켜나간다면 고기를 줄이는 것도 나중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후회, 부끄러움, 정말?, 설마?, 등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특히 설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설마, 설마, 설마...... 
 

그렇지만 희미한 희망도 보았다. 제인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읽고 가슴 설레였던 것 처럼 이 책이 나를 가슴설레이게 한다. 대책 없는 희망일 수도 있지만 세상은 몰라도 나는 조금 변할 거라는 기대를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한다. 
 

If you change yourself,
The world will be changed for you too.

당신이 바뀌는 순간,
세상도 당신을 위해 바뀔 것입니다. 
 

이 책을 추천해 주신 분들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떨어져 살고 있는 언니에게 오랜만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힐더월드를 사서 읽고 보라고 했다. 언니도 나처럼 이 책을 추천해 준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겠지? 만약 그렇다면 나에게 읽고 싶은 책이 많다는 사실을 살짝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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