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기억해, 언젠가 너의 목소리가 될 거야 폴폴 시리즈 1
김청연 지음, 간장 그림 / 책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상실감과 좌절감을 혹시 느끼고 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책. 나보다 먼저 가시덤불을 헤쳐나갔던 여성들의 용기의 발걸음들이 너무 찬란해서 울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무늬 낮은산 키큰나무 21
김해원 지음 / 낮은산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보면 자꾸 멈추게 된다. 그러나 읽는 걸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소설 속 아이들처럼 끝까지 가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이제 작가님의 o%를 향하여 넘 스타일이에요. 제가 좋아하면 책이 안 팔리는 경향이 있어 작가님께 죄송하네요. 얼른 단행본 나왔으면 좋겠어요. 재밌게 읽었습니다^_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와 나의 이어달리기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선주 지음, 김소희 그림 / 우리학교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서 "자기결정권"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우린 모두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하잖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젯밤이라는 소설을 집어든 건 순전히 표지 때문이었다. 나름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는 하지만 잡식성이라 누가 나에게 즐겨있는 영미문학권의 작가나, 일본 작가 등을 묻는다면 나는 말문이 막힌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딱 하나. 표지와 몇 개의 문장들.

  며칠 간 지속된 야근으로 이미 머리의 회로는 끊겨 있었고, 이대로 잠이 든다면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무척이나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는 잠으로 푸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로 푸는 것이라는 생각에 서점으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고혹적인 여성의 뒤태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묘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는 여자에게서 권태와 색기가 함께 느껴졌기 때문인데, 생각할수록 권태와 색기는 함께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제임스 설터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작가였고, 내용도 짐작하기 어려웠으나 왠지 시시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한두 장을 읽었을까?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책을 읽고 싶은 게 아니라, 사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잊었다.

  으레 그렇듯 그 책을 샀다는 게 그 책을 읽었다는 뜻은 아니다. 산다는 게, 꼭 열정적으로 산다는 뜻이 아니듯 말이다.

  아주 가끔 책장을 들쳐보면, 내가 이 책을 샀었지, 생각하지만 읽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그날의 피로,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들(사실 의무라기보다는, 화제가 되는 책을 읽지 않음으로써 뒤처지는 게 싫었다.)이 있었기에 이 책을 손에 들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다시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건 회사를 퇴사해 나도 모르게 시간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남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신경숙의 외딴방, 김애란의 비행운,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등을 두 번 씩 읽고 나니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이 책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나는 인생의 가장 권태로운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

 

 

 

  어젯밤을 가장 처음 읽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소설집에서는 표제작이 가장 뛰어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어젯밤은 병으로 인해 삶을 지탱하기 어려운 아내의 자살을 도와주는 남자가 나온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도와주기 위해 아내의 부탁으로 남자의 정부가 집에 온다. 아내의 자살은 실패로 끝나고,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정부와 남편을 보게 된다. 소설은 모호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아내가 정부와 남편의 관계를 눈치 채고 있었는지, 그래서 그녀를 굳이 부른 것인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건 다음 날 셋이 함께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날 그 집을 떠나고 남편과 둘은 영원히 깨지고 만다. 팽팽했던 고무줄이 어느 순간 딱하고 끊어진 것처럼 그들의 관계도 그렇게 끝났다. 어젯밤만 하더라도, 아내가 죽고나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아니 적어도 떳떳하게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남녀였다. 삶은 그래서 아이러니하다. 예상대로 되지 않고 늘 조금씩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아닌데? 싶으면 이미 늦었다.

  아내가 다시 자살을 시도했는지는 모르겠다. 건강이 나빴으니 오래 살지는 못했으리라. 내가 궁금한 건 정부였다. 불륜은 나쁘다는 윤리적 잣대가 아닌,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의 자살을 도와주러 집에 왔다, 결국 실패로 끝나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본 정부의 심정이 궁금했다.

  사랑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한 단면 같았다. 아내는 자살을 원했고 남편은 정부의 사랑을 원했고, 정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정부 또한 아내가 죽고 나면 남편과 행복하게 살 거라는 미래를 조금은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정확히 조금씩 빗나가고 누구하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어젯밤을 읽은 후에는 방콕을 읽었다.

  방콕은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다. 아니 한때 열렬히 사랑했으나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한 후 남편은 재혼을 한다. 그리고 옛아내가 남편이 일하는 가게로 찾아온다. 옛아내는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지만 남편은 응하지 않는다. 옛아내는 자신을 진정 사랑했었는지를 궁금해 한다. 남편은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내가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 홀리스가 말했다. 언젠가 들은 얘기. 이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말이지, 행성하고 은하수 모든 거, 전 우주가 쌀알만 한 것이 폭발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 지금 여기 있는 거, 태양과 별과 지구와 바다와 모든 거, 내가 당신에게 품은 감정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날 아침 허드슨 스트리트에서, 창가에서 다리를 올리고 햇빛 속에 앉아 얘기를 했고, 행복했어. 난 그걸 알고 있었어. 우린 사랑에 빠져 있었어. 그 순간 나는 삶에서 바라는 모든 걸 갖고 있었어.

- 방콕, 165p

 

 

 

삶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라는 표현이 충격적이었다. 삶에서 바라는 모든 것. 그런 것이 존재하고, 이 남자는 한때 그런 것을 가졌다는 말이지. 그런데 왜? 나는 남자를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남자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인생에 대해 모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삶에서 바라는 모든 걸’ 갖을 수 있는 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는 미래를 소망한다. 옛아내는 ‘진부’하다고 비난하지만, 사랑의 열정이 지나고 나면, 그러니까 원하는 삶을 조금이라도 맛본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진부’한 삶만 인생에 남는 법이다.

 

 

 

  나는 그러니까, 내 인생의 가장 권태로운 시기에 이 소설을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간에 관해서만 말이다.

  마음은 한없이 복잡했지만, 시간은 남아돌았다. 할 일은 많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은 없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현실속의 나와 같아 나는 자꾸만 소설을 들여다봤다.

 

 

 

  이 소설집에는 10개의 소설이 나온다. 분량도 제각각이고 줄거리는 다르지만, 내가 읽기에는 모두 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생의 가장 빛났던 시기.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간 후의 남은 삶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귀고리를 읽을 때였다. 어떤 표현을 읽고 손에 들고 있던 머그컵을 내려놨는데, 그건 바로 ‘금지된 행복’이라는 글자였다. 금지되지 않은 욕망은 욕망이 아니다. 우리는 때론 갖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이가 썩는다는 이유로 못 먹게 했던 초콜릿을 탐하던 아이에서, 유부남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고등학생, 그리고 사랑이란 감정을 죄스럽게 느껴야 하는 기혼자까지. 우리는 금지되었을 때 더 활활 불타 오른다. 그리고 이 소설은 활활 불타오르는 그 순간을 포착해 내고 그 순간이 지나간 후에 남은 ‘권태로움’과 ‘진부’함을 말한다. 어떤 가치판단도 없이 말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제임스 셜터가 굉장히 유명한 소설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속물이라,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그 작품이 다시 보인다.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누군가 감상을 물으면 듣고 싶은 대답을 해주게 된다. 역시, 라는 말을 붙여가며 말이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라 내가 뭐라 떠들어댄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솔직해져 자꾸만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게 오독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삶 전체가 거대한 책이고, 나는 매번 오독만 하다 끝나는 불운한 독자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이 소설집의 첫 단편인 혜성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옷 밖으로 젊음이 배어 나오는 여자.

  한창 살이 불어나던 여고생 시절, 할머니는 나에게 뭘해도 예쁜 나이라고 했다. 여기서 진부하게 젊음은 다 예쁘고 반짝이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감추려해도 감출 수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시절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은 하고 싶다. 옷 밖으로 비져나온 젊음처럼 말이다.

 

 

 

  젊다고도, 늙었다고 할 수 없는 스물아홉.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참 권태롭다고 말하는 시기. 언젠가 나에게도 한때의 열정을 추억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며, 삶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날이 오겠지. 한때 열렬히 사랑했으나 이제는 ‘약혼’했다는 거짓말로라도 여자를 떼어 내버리고 싶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처럼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소설이 포착하고 있는 일상이 아스라이 사라진다. 내가 소설 속에 걸어들어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