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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혁명 스크림프리 - 소리 지르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키우는 새로운 교육법
핼 에드워드 렁켈 지음, 박인선.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어릴 때에는 한없이 예쁘고 귀엽고 온갖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화내는 일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크면서 고집을 부리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저는 감정적으로 야단을 치고 소리지르고 있더라구요. 자기주도적인 사람으로 키우는 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가 내 주도권 안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야단을 친다고 해서 아이가 내 주도권 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지요. 힘들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그저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책 재밌게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고 그러면 좋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힘들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도 지금에 비하면 좀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이 머리가 굵어지면서 좋은 엄마되기가 참 쉽지 않음을 자주 느끼게 된답니다.
얼마 전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6세 큰 딸이 그러더군요.
자기는 엄마가 혼내킬 때 너무 무섭다고, 앞으로는 혼내키지 말고 말로 조용히 얘기하면 어떨까 싶대요. 그러면서 자기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친구 000 집에 가서 보니 그 엄마는 혼 안내키고 조용히 얘기한다고, 그러면서 우리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대요. 아이가 하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고 조목조목 조리있게 얘기하는데 엄마가 참 부끄러워지더라구요.
아이가 하나이고 어릴 때에는 그냥 이쁘고 잘못해도 큰 잘못 아니니까 큰 소리 안내고 넘어갔었고 아주 좋은 엄만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둘이 되고 저도 힘들고 하다 보니 큰 애에게 자꾸 감정을 섞어 소리지르고 잔소리하며 야단을 치게 됩니다. 그런 제 모습이 싫고 또 아이도 엄마의 그런 큰 소리를 싫어하는 표현을 했기 때문에, 자꾸 아이 어릴 때 아이한테 들인 공을 이제 와서 제가 무너뜨리나..그런 자괴감이 들더군요.
그러던 제가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제목의 이 책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스크림프리 screamfree>..
처음에는 단순히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좋게좋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안내하는 육아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스크림프리 교육법은 부모가 차분하고 침착하며 일관된 행동으로 아이를 대하면서, 아이의 행동에 상관없이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제어할 줄 아는 법을 배우는 것을 강조합니다. 삶의 초점을 아이가 아닌 부모 자신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스크림프리 교육법의 가장 근간이예요.
에너지와 시간을 부모 자신에게 집중하여 보다 차분하고 평온한 상태로 아이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건 동요없이 침착하게 아이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것, 아이의 성장과 함께 부모 또한 성장을 해야한다는 것 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그랬네요. 문제의 핵심은 우리 아이가 아니라 저였던 거네요.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고 '쿨'하지 못했기에 우리 아이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려웠던 거네요. 아이의 성장에 따라 아이만의 공간(집에서의 방이 아니예요..타인으로부터 일정 거리 떨어져 자기만이 누리는 사고, 심리적, 감정적 영역이라고 하면 될까요..)이 필요하다는 것을 빠르게 눈치채지 못했었네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십년, 이십년 후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하루하루 자잘한 것의 결과에만 집착한 면도 짚을 수 있었어요. 아이 스스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라는데 아이를 어리게만 생각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었네요. 저 자신에 대해 더 돌아보고 에너지와 관심을 집중하는 것..꼭 실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베르나르에 따른 사랑의 분류 중 가장 높은 단계, "나는 당신의 이익을 위해 나를 사랑한다"..이것은 정말 소리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는 데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주제인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부터 내 안의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 중에도 나오는 윌프레드 페터슨의 글, "아이는 우리를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말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처럼 나의 변화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