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여인
이순원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은비령’과 ‘그대 정동진에 가면’을 읽으면서부터 이순원 선생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 속 젊은 남녀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설레임과 안타까움, 애틋한 그리움과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문득, 어느덧 흘려보내버린 아득한 세월 속 우리의 순정한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며칠 전 주문했던 삿포로의 여인을 받고서 점심을 먹자마자 곧바로 책을 잡았다. 이야기가 마무리로 향하는 기점인, ‘주호가 몰랐던 연희(삿포로 여인)’의 장에서부터 눈이 젖기 시작하더니, 새벽 4시가 넘어 책을 덮을 즈음엔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10여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며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심하게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나는 한동안 나의  과거 속 순정한 시간 속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소설을 읽어나가다 특히 아래의 문장에서 줄을 긋고 싶어졌다.

그는 가만히 술잔을 들어 허공을 지나가는 맑은 바람과 잔을 부딪쳤다.
오래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
잘 지내고 있니?
그는 혼잣소리로 연희에게 말했다. 그리고 방금 지나간 별똥별처럼 지금 자신이 한 말을 연희가 들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연락되면 그때는 예전에 연희가 보낸 편지에 대해 꼭 답장할 것이다. 먼저 대관령에서 헤어질 때까지 포함해 그건 미옥이가 장난으로 바꾼 편지가 아니라 자신이 받고도 아직 답장하지 못한 편지였다.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 시간 또한 맑게 흘러 다시 서로 이름을 부르게 된다면 이번엔 자신이 먼저 그 시절 연희처럼 그곳이 삿포로든 어디든 찾아가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내가 가는 길 네가 시간을 좀 내어 달라고…….
235-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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