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라크르
서진연 지음 / 답(도서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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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연 작가의 2007년 문화일보 신춘 단편소설 당선작인 붉은 나무젓가락, 3년 전에 나온 장편 수목원을 읽은 나로서는 이번에 나온 장편 시뮬라크르는 작가의 놀라운 변신으로 받아들여졌다

 

 ‘시뮬라크르’라는 제목에서 예상되듯, 소설을 읽다보면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특히 대재앙 이후의 루가 나오는 세상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너무 끔찍하고 낮선 세상이어서 그런지 몰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가상과 현실의 시공간의 모호함과 낯설음이 차차 적응이 되며 나는 어느덧 시뮬라크르의 세계에 몰입되고 있었다, 오래 전에 본 영화 메트릭스가 떠올랐다.

 

 미술품을 거래하는 회사의 에이전시의 지사장인 세영은 죽은 남편 혁을 못 잊어서 서버의 프로그램에 남편의 아바타를 만들어 자신의 아바타와 일상을 공유하며 그리움을 달랜다, 서브 속의 혁은 현실 속의 인물인 화가 완을 스쳐 지나치기도 하고, 또 다른 여인을 만나 동거도 하게 되는데, 세영은 운전 중에 이를 보고 질투심을 못 참아 하다 차량사고까지 낸다.

 

 화가 완은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 자신과 똑 같은 트래이닝복을 입은 혁을 두 번이나 만나고 기시감에 사로잡힌다. 또 집으로 오는 길에서 한 소녀를 지나치며 묘한 영감을 받아 그 소녀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 소녀가 있는  배경은 소설의 끝부분인 대 재앙의 세계에서 루가 서 있는 곳이다.

 이런 일들이 실제 가능할 수 있을까? 실전을 통해서 스스로 지능을 발전시켜나간다는 바둑계를 제패한 AI(인공지능)의 출현을 보면서, 이런 일들이 정말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학의 발전,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현재 있는 공간을 스캔해서 현실과 똑 같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안으로 홀로그램을 불러들이는 기술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더욱 발전해서 생명공학과 연결하여 자신의 아바타를 통하지 않고도 실제와 똑 같은 느낌으로 서버에 심긴 아바타를 3D로 불러와 현실 속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된다면, 이 소설에서처럼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정말 모호해질 날이 오지 않을까? 장차 신이나 인간이 아닌 AI의 시선을 느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고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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