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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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작가의 <<따뜻한 냉정>>은 문유석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과 함께 읽음직한 에세이집이다.


문유석과 박주경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진 저자다. 그들은 ‘민족’이나 ‘우리가 남이가’ 식의 뭉뚱그림이 집단력을 이끌어내던 시대가 끝났음을 일찌기 알아차린 ‘기성세대’다. 여기서 이미 두 권의 글모음집은 닮을 운명이었다.


두 사람은 정이 주는 따스함과 치유력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것이 어떤 난폭한 모습으로 변질되어 현대인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알고있다. 자연스럽게 문유석과 박주경 작가의 글은 집단주의의 폭력성 속에서 개인을 찾아내면서도, ‘정’이라는 가치를 지켜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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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개인주의자 선언>>과 <<따뜻한 냉정>>이 제시한 방법은 무엇인가? 리뷰의 표제에서 암시했듯, 두 작가는 ‘개인주의’가 집단주의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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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작가는 <<따뜻한 냉정>>의 주장들에 기자로서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과 앵커로서의 소회를 근거로 들고 있다. 가장 생생하고 명징한 증언이자 증명이다. 그 속에는 회식 문화 속에서 고초를 겪어야 했던 막내(사실상 좌장을 제외한 모두)들의 이야기와, 상처입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더 자극적인 ‘그림’으로 전시할 뿐, 정작 ‘질문’은 던지지 않는 게으른 언론에 대한 고발과 언론인으로서의 반성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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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박주경 작가의 문투와 감각 또한 전혀 낡지 않았다. 평소 SNS로 팔로워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그인만큼 일화 소개나 신조어 사용(가히 독보적...)도 지루하거나 고루하지않다. <<따뜻한 냉정>>이 사실상 ‘개인주의를 내면화하고 살아가게 될 청년 세대’에게 던지는 응원의 메세지인 만큼 이런 세심한 부분들은 글 전체에 힘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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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내가 가장 중요하니, 남은 어떻게 되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기주의라면 개인주의에는 ‘나 만큼이나 남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따라서 개인주의 대신에 ‘탈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써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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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박주경 작가의 <<따뜻한 냉정>>을 통해 우리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기본 전제부터 다른 것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추천의 글>에서 김훈 작가가 쓴 ‘박주경의 글은 듣기를 포함하는 말하기이다’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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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의 전제는 ‘혼자’라는 차가움이지만 개인주의의 전제는 ‘함께’라는 온기다. ‘함께’속에 있을때만 개인의 공간(혹은 ‘방’)이 성립할 수 있는 까닭이다.

증오의 뜨거움이나 냉소의 차가움이 아닌 희망의 따뜻함. 그 적정 온기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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