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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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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처럼 산다면 제법 정확하고 신용 있는 사람 티가 나지만 시계가 별건가. 시계도 결국은 기계의 일종이거 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 사람이 기계처럼 살아서 어쩌겠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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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만물 중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 어찌 취할 게 없는 인간이 있겠는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주 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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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행복하려고 태어났지 불행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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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야, 너는 이 할미가 너에게 쏟은 정성과 사랑을 갚아야 할 은공으로 새겨둘 필요가 없다. 어느 화창한 봄날 어떤 늙은 여자와 함께 단추만 한 민들레꽃 내음을 맡은 일을 기억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그건 아주 하찮 은 일이다.
나는 손자에게 쏟는 나의 사랑과 정성이 갚아야 될 은공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아름다운 정서로 남아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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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키우고 있다. 공개해서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애 기르기의 비결 같은 것도 전연 아는 바 없다. 그저 따뜻이 먹이고 입히고, 밤늦도록 과중한 숙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숙제를 좀 덜 해 가고 대신 선생님께 매를 맞는 게 어떻겠느냐고 심히 비교육 적이고 주책없는 권고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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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 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애들은. 아이들에게 과도 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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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 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 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가 될까 말까 하던 4년 전의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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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 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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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창조할 필요도 없다면 사랑의 기쁨인들 있었으랴. 추가 없으면 미美도 없듯이, 슬픔이 있으니까 기쁨이 있듯이, 죽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찌 살았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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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게 죽음도 희망이 되는 것은 희망이 없이는 살아 있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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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자마자 표지에 마음을 빼앗겼다. (외모지상주의자 같으니라고)그리고 책을 열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소리내어 읽으며 이 책으로 낭독회나 필사모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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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덮은 그 시간, 내 앞엔 큰 아이가 앉아있었고 나는 말했다.
"엄마의 생각과 바램,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고 싶은 말이 이 안에 다 있다. 나아~중에 엄마가 죽고나면 꼭 읽어봐~"
시시콜콜 따지고 들까봐 내심 긴장했는데 "응~" 한다.
여자의 인생, 작가, 엄마의 삶, 인생을 살며 겪을 수 있는 원치 않는 시련과 슬픔. 나이들어가는 평범한 사람의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있다. 웃기도 많이 웃었고 울기도 했다.
난 작가도 아니고 명성도 없지만 적어도 나이드는 것 만큼은 그녀를 닮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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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감이 가거나 와닿는 문장이 있으면 귀퉁이를 조금 접어놓는데 이 책 만큼은 뭔가 함부로 대하는 느낌이 들어 접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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