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런치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1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전세재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품절


윌리의 입술은 둥근 원반 모양에 섬세하고 빳빳한 검은 털로 덮여 있다. 그는 눈에 총상을 입는 바람에 눈이 멀었고, 코와 입은 헤로인 냄새를 맡느라고 썩어 들어가고 있고, 몸은 나무처럼 딱딱하고 말라붙은, 상처 입은 조직 덩어리였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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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0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박현섭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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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나는 삶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두려워해요. 어쩌면 나는 환자이거나 어딘가 잘못된 인간인지도 모르지.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간은 자기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여길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 <어느 정도>라는 느낌을 잃어버린 채, 하루 하루 공포에 중독되고 있어요. <광장 공포>라는 병이 있지만, 나의 병은 삶에 대한 공포지요. 풀밭에 누워서, 어제 막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딱정벌레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그 벌레의 삶이 끔찍한 일로 가득 찬 것 같고 그 미물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정확히 뭐가 무서운 겁니까?"
내가 물었다.
"모든 것이 무서워요. 나는 천성이 심오한 인간이 못 되는지라 저승 세계니 인류의 운명이니 하는 문제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뜬구름 잡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애깁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예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내 일생은 자신과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나날의 궁리 속에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이런 거짓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습니다. 오늘 나는 무엇인가를 하지만 내일이면 벌써 내가 왜 그 일을 ?는지 이해할 수 없게 돼요. ......"-20쪽

이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느낌은 묘한 것이었다. 마샤가 나의 마음속에서 불러일으킨 것은 욕망도, 열광도, 쾌감도 아니었으며 어떤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슬픔이었다. 그것은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마치 꿈처럼 모호한 슬픔이었다. 그것은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마치 꿈처럼 모호한 슬픔이었다.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자신과 할아버지와 아르메니아인이, 나아가서는 이 아르메니아 소녀까지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 네 사람 모두가 인생에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렸으며 이제는 그것을 영영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도 슬퍼보였다. 그는 이제 소나 양에 대한 이야기를 그치고 말없이 생각에 잠긴채 마샤를 바라보고 있었다.-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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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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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을 아주 잘 꾸려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라도 붙들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어긋나게 될 수 있는 정도, 내가 알아내기 전에 일이 악화되어버릴 수 있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이제 한 점의 의심의 그림자 없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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