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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반양장) 펭귄클래식 79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한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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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편,「만에서」 


Summer Night’s Dream: The Voice
 

밤이면 왜 기분이 달라질까?

사람들 모두 잠들었을 때 혼자 깨어 있다는 것이 왜 그렇게 흥분되는 것일까?

늦었다, 아주 늦었다!

그런데도 매 순간 깨어 있음을 느끼게 되고 숨을 쉴 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세계, 환한 낮보다 긴장감 넘치고 흥분된 세계로

깨어가는 것 같다.

p. 83.

 

「만에서」를 읽는 동안 뭉크의 이 두 작품이 도돌이표를 찍으며 머리에서 맴돌았다.

아마도 바닷가라는 배경과 마지막 부분에 나온 달빛이 흩뿌린 잔영때문인 것 같다.

맨스필드의 글들, 참 매력있다.

햇살에 반짝반짝거리면서도, 오후의 따사로움에 나른하다가도

폭풍이 몰아칠 듯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는 풍경을 보는 듯하다.

진짜 인생을 쓰려고 노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단편,「가든파티」 


Flower Still-life with Crucifix and Skull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화려한 정원과 더럽고 어두운 빈민가.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의 웃음이 넘쳐나는 파티장과 애도하는 곡소리와 슬픈 표정들이 끊이지 않는 죽음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든파티>는 파티와 장례식이라는 엇갈림 속에서 인생을 어렴풋이 깨달은  

한 소녀의 시선을 담고 있다.

인생은 화려한 파티와 같이 흥겹고 행복하고 또 언제나 그 달콤한 상태가 지속될 것 같지만

시간이라는 굴레 속에서 본다면,

무엇이든 항상 끝이 존재하는 것처럼 결국 우리네 삶도 죽음에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 뿐이다.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도 인생의 행복을 맛볼 때가 있고, 

 부유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좌절을 맛보고 고난을 당하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작가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라도)로라가 죽음을 경험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주어서

인생의 무게를 깨닫도록 이끌어 주었다.

'인생이란 게 그런거지'

변변찮은 위로로만 생각하던 이 한 마디가 오늘은 다르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가든파티>를 읽는 내내 한 점의 바니타스 정물화를 감상하는 듯 했다.

빈민가로 들어선 후 로라는 자신의 차림새를 강하게 의식한다.  

어둡고 칙칙한 배경을 뒤로 한 채 밝고

화려하게 치장을 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화려하게 피었지만 화병의 꽃들은 화단의 것보다 훨씬 빨리 시들고 진다.  

그를 재촉하는 시계의 초침.

시간에 지배받는 인생의 바니타스이다.  

 

다섯 번째 단편,「어린 소녀」  

Young Girl in a Lilac Tunic


소녀의 짙은 색 코트가 흘러내렸고, 그녀의 하얀 목과

파란 드레스를 입은 나긋나긋하고 젊은 몸은 짙은 색 꽃봉오리에서

피어나는 꽃송이 같았다.

p.175.

그녀가 그렇게 꽁꽁 감싸 매려고 애썼던 마음이 풀리는 순간이다.

풀어주려는 따뜻한 손길이 있다면야 얽히고설킨 실타래도 풀리는 법이니까.

 

 

여섯 번째 단편,「마 파커의 일생」   


Woman with a Dead Child   

(…)하지만 레니는 처음부터 할머니의 아이었다. 

(…) 그러면 무척이나 따사롭고 가까워서 숨이 막힐 것 같은 작은 목소리,

그녀의 심장 아래 가슴에 있는 것 같은 목소리가 크게 웃으면서

"할머니의 아이에요!" 라고 대답했다.

p. 182. 

글자로 옮기기에 죄책감이 들 정도로 시리고 시린 삶을 살아온 한 부인.

자신의 고된 인생살이, 가여운 레니를 위해 목놓아 울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불쌍한 사람.

마 파커 부인에게 케테 콜비츠가 그린 이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콜비츠도 그림 속에서나마 마음껏 울부짖을 수 있었던 어머니였다. 
 

 

일곱 번째 단편,「현대식 결혼」 


The Nude Maja

The Clothed Maja
 

고야의 마하를 떠올리게 하는 이자벨.

아이들과 남편을 영국에 남겨두고 남자친구들을 따라 프랑스로 가버린 여자.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녀는 잠깐동안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방식으로 크게 웃으면서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p.203.

결혼을 한 여성이 가정을 벗어난 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  

<Marriage à la mode>이다. 


여덟 번째 단편,「항해」


The Island of the Dead 

사라졌다! 60개의 다이아몬드 분(分)이 박혀 있는

우리의 황금시간.

아무 보상도 없다.

영원히 사라졌으니!

p. 216.


여기에 수록된 대부분의 단편이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살아있는 자들에게  감상가득한 죽음이 아니라 너무나 현실적인,

우리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그런 죽음말이다.

할머니와 페넬라는 불안함이 가득한,어둡고 축축한 항해를 끝내고

따뜻하고 안정된 곳에 도착했다.

엄마를 잃은 아이의 마음은 치유될 수 있겠지.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슬픔도.

함께한 시간이 사라지듯이 아픔으로 얼룩진 과거도

묻을 수 있는 것이니. 

  

아홉 번째 단편,「브릴 양」


Maja and Celestina


아, 얼마나 멋진가! 얼마나 즐거운지!

여기 앉아서 이 모든 광경을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연극 같았다. 

p. 221.

그녀는 얼른 모피 목도리를 풀어서 쳐다보지도 않고 상자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뚜껑을 닫을 때 그녀는 누군가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p. 224.

아몬드가 들어 있는 케이크 한 조각을 사는 날이 있다면

마치 놀라운 선물을 받는 것 같다고 느끼는 미스 브릴은 분명히 외로운 여인네이다.

그런 소소한 기대마저도 지금 그녀가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없다.

그녀는 이제 막 극장을 나와 자신의 초라한 현실로 돌아 왔으니까.
 

 

열 한 번째 단편,「노래 수업」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 우리가 결혼한다는 것이 실수라는 느낌이 더욱더 강하게 드는군요."

(…)그 다음에는 '혐오감'이라는 단어가 살짝 긁히고

그 위에 '후회'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p. 238.

즐거움의 장-미가 시들고

가을은 곧 황량한 겨-울로 넘어가겠지.

쏜살같이!아, 쏜살같이 즐거운 음악의 가락은

멀어지겠지, 경청하는 귀에서.

p.239.

약혼했던 남자로부터 파혼 내용을 담은 편지를 받고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음악수업을 하는 메도스 양.

음악의 세기에 따라 슬프고 부끄러운 감정이 그녀를 흔들어 놓는다.

어디론가 사라져야 한다. 멀어지겠지.

p. 242. 

"편지에 신경 쓰지 말 것 제정신이 아니었음 모자걸이는 오늘 샀음 베이즐."

p. 243.

그녀는 미소를 가리려고 노란 국화를 집어 입술에 댔다.

p. 244.

이래서 단편이 좋다.

짧은 폭풍우를 만나는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으니까.
 

 

열 다섯 번째 단편,「하녀」 


A Woman Asleep at Table

……아, 가끔 생각해 봐요…….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p. 287.

깊은 후회가 묻어나는 한 편의 모놀로그

엘렌의 목소리가 들리나요?

 

  맨스필드 그녀가 남긴 이 멋진 말을 빌려 마무리 지어야 겠다. 


 

내가 쓰는 모든 것,

나의 존재인 모든 것이 바다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다.

그것은 일종의 놀이이다.

-캐서린 맨스필드 

 
 
http://cafe.naver.com/penguinclassics/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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