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었습니다만 - 가끔 달달하고 자주 씁쓸했던 8년 8개월의 순간들
진고로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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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었습니다만 / 진고로호 /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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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우리는 이러한 직업을 선택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한다. 안정성, 급여, 워라밸 등과 같이 자신 만의 기준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직업을 선택하였지만 그 직업이 자신과 맞지 않았을 때인 것 같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받는 직업일수록 말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공무원 생활을 그만둔 저자의 솔직담백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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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었습니다만>은 8년 8개월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가끔 달달하고 자주 씁쓸했던 공무원 생활기이다.

글과 그림을 함께 그리시기에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4컷 만화들이 포함되어 앞의 이야기를 좀 더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공무원이다보면 일반 직장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객과 민원인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진상과 관련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간간히 서비스적인 부분도 담당하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 나는 어떠하였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퀘렌시아와 같이 일상의 고단함을 견디게 해주는 '마법 물약'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었다. 나에게는 샤워를 마친 후 가볍게 즐기는 차 한잔과 함께하는 독서가 마법 물약이 되어주는 것 같다.

우리는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직업을 선택하였지만 그러한 선택이 나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참고 묵묵히 견디며 이겨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조금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고민 끝에 새로운 길에 들어선 작가님과 역시 여러 고민의 끝에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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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
여기서 주의할 점. 끝까지 사무적일 것. 자칫하다가는 누군가의 인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P.19
마음속 애도와 사무적인 업무 처리의 균형을 잡으려 한참 애를 썼다. 그렇게 사망신고 접수가 완료됐다. 서류 위, 한 사람의 인생이 마감됐다.

P.59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본인 스스로조차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기 쉬운 개개인의 수고를 헤아려본다.

P.92
어쩌면 진상은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P.149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몰랐다. 철밥통도 녹이 슬고 찌그러진다는 걸. 떨리는 두 손으로 감당하기에 철밥통도 힘에 부치게 무겁다는 걸.

P.180
모가지를 잘라버리겠다고 소리치고, 사무실을불태워버리겠다고 악을 쓰는 사람들에 시달리면서도 인간에 대한 회의보다는 애정을 간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평범하고 평범한 이들 덕분이다.

P.190
"애쓰셨어요. 그 누구도 당신이 얼마나 힘든지 쉽게 가늠할 수 없어요. 버텨도 멋있지만 한발 물러나도 비겁하지 않아요."

P.197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나 일관된 친절을 베푸는 게 나 자신에게 좋다는 것을. 안 그래도 웃을 일 없는 사무실, 친절을 베풀며 타인에게 미소를 짓는 일이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P.235
날카롭게 버려진 자갈 위를 걷는 것 같은 공무원 생활이었는데 뒤돌아보니 사이사이에 알록달록 예쁘게 빛나는 동그란 조약돌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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