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 생각보다 인간적인 학명의 세계
스티븐 허드 지음, 에밀리 댐스트라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 스티븐 허드 / 김영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中
이름을 부여하는 순간, 몸짓은 꽃이 되었다.
생물의 신종 역시 마찬가지다. 신종은 발견되고 학명이 부여되면 비로소 사람들이 인식하고 부르게 된다.
과연, 학명은 어떻게 지어질까?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책의 부제와 같이 '생각보다 인간적인 학명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생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정착하게 한 것은 칼 린네의 '이명법'이다. 이후에는 학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서 150만종에 이르는 다양한 학명이 존재한다.
책은 신종발견과 명명규약에서부터 학명에 관한 감동적이거나 불명예스러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욘세와 같은 가수에서부터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 심지어 소설 속 인물인 해리포터의 '말포이'와 같은 이름이 학명에 쓰이기도 한다.
여러 학명 가운데 특히 린네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학계에서 꺼려지는 자기 이름으로 학명에 붙인 이야기와 원수의 이름을 학명에 부여한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동물원이나 식물원의 해당 생물의 이름이 나온다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또 숨어있을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P.6
이들은 기발한 방식으로 라틴명을 창조함으로써 인류의 미덕과 약점과 기벽을 모두 드러낸다.
P.20
이름 짓기는 한 종으로서 인간 안에 깊이 자리잡은 행위이다.
P.114
아놉탈무스 히틀러리로부터도 배울 점은 있다. 과학자들도 다른 이들과 똑같은 인간이고, 유혹과 악에 면역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145
이런 와중에 지금까지 거의 모든 이들이 신종에 제 이름을 붙이고 싶은 유혹을 용케 뿌리쳐왔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P.190
가장 아름답고 가장 놀라운 무수히 많은 형태는 모두 이름이 필요하다.
P.288
수치스러운 일과 용기 있는 행동, 무명과 명성, 적의와 애정, 상실과 희마. 이 모든 것이 라틴어로 된 학명 안에 들어 있다.
P.297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도 만약 어떤 기이한 인연으로 신종을 발견하게 된다면 누구의 이름으로 학명을 지을지 한 번쯤 즐거운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단, 자기 이름 빼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