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대본집 2 - 이신화 대본집
이신화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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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토브리그2 / 이신화 / 김영사

    여러 책을 접하였지만 '대본집'이라는 장르는 처음 읽어보았다. 독자들 입장에서는 대부분 드라마를 보고 대본집을 보기에 글을 읽어도 영상화가 잘 된다. 그렇지만 배우들 같은 경우는 대본집을 보고 연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활자로만 살아있는 캐릭터를 현실에 끌어들이는 것이 놀라운 것 같다. 스토브리그가 흥행한 것은 작가님의 매력적인 대본과 더불어 그 대본을 현실로 잘 구연한 배우들, 그러한 배우들의 모습을 잘 영상으로 담은 스태프의 삼위일체 덕분인 것 같다.

    대본집을 보다보면 간간히 나오는 말이 있다. '선넘는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난 실험이 있다. <벼룩의 자기제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10cm 높이의 유리병에 벼룩을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벼룩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처음 몇 분 동안은 벼룩이 유리뚜껑이 있는 천정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던 벼룩은 차츰 시도를 줄였다. 뛰기를 멈추었을 때 박사는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지만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벼룩은 한 마리도 없었다. 원래 벼룩은 자기 몸의 100배가 넘는 30cm 이상을 뛴다. 그것이 벼룩의 진정한 능력이다. 그러나 유리병 마개로 한계를 미리 설정해 둔 까닭으로 벼룩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행동을 제약하게 된 것이다.
    스토브리그의 인물들은 벼룩과 같았다. 드림즈의 선수단과 프런트는 꼴지팀이라는 타성에 젖어서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그렇지만 백승수라는 존재로 인하여 '선을 넘고' 정규시즌 3위로 진출해 우승을 노리게 된다. 드림즈 뿐만 아니라 '백승수'라는 인물 역시 동생의 사고라는 선, 경민은 아버지라는 선, 다른 인물들 역시 각자가 만들어 낸 선에 갖혀있다가 결국에는 이러한 선을 넘는다.

    작가님이 생각한 주제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느낀 스토브리그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선을 넘는' 드라마였다.


승수 : 고백을 하자면... 위기의식 없이 계속 꼴지를 하는 드림즈를 보고 ‘배부른 돼지들‘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영 : ... 그렇게 생각할 분이시죠.

승수 : 그런데...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 P42

영수 : 여기서 같이 나가면 둘 다 쓰레기 되겠죠. 동생을 꽂아 넣었다가 걸려서 사퇴한 놈, 그리고 무능한데 남의 자리 넘본 놈. - P49

영수 : (소리만)엄마가 아직 버틸 만한 거구나. 아직 우리 걱정을 해줄 여유가 있는 거구나. 그렇게 보내면서 확인하는 거에요. - P71

영수 : (소리만)형을 지켜주는 사람도 있다고요. 형은 지켜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느꼈으면 좋겠어요.

승수: 저 같은 사람이 아이를 안아도 되겠습니까. - P91

승수 :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부끄러워할 건 없어도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좀 민망하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택시 타고 들어가세요. - P132

승수 : 다혈질에 거칠고 생각이 짧은 서영주가 자존심 내세우느라 계속 팀에서 겉돌까 봐. 그럴 필요 없다고.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 P198

경민 : 백 단장, 야구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비열한 스포치인지 알아? 투수가 타자한테 공을 던질 때 1루 주자가 2루로 뛰어가는 걸 도루말고 뭐라고 표현하는지 알아?

승수 : ... 경민 : 베이스를 훔쳤다고 하지. 공을 던지는데 그 뒤로 뭔가를 훔쳐. 이런 짓거리를 허용하는 게 야구밖에 없어. 오늘 나한테 야구 하나 배웠다. 그치?
- P269

경민 : 추위, 더위 견뎌가면서 사시사철 흘린 땀보다 더 값진 주사 한 방이면 이게 지금 스포츠가 맞습니까. 아니면 야구 로봇 경연대횝니까. 4년씩 출전 정기 때리는 프로축구한테 우리 지금 안 부끄러워요?
- P300

경민 : (기가 막힌) 그래, 뭐... 열심히 하겠지. 야구는 제일 못하면서 약물은 제일 모르는 팀. 참 욕심도 없고 순박하네. 멋진 팀이야. - P311

김종무 : 요사스러운 혀를 또 놀리는구만.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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