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는 인간이고 싶다

- 라헐 판 코에이,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 2005

 

김진영 /  http://2459466.blog.me/

 

1. 팩션[Faction] 은 역사의 왜곡인가, 상상력의 확대인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써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주로 소설쓰기의 한 기법으로 사용되었지만 영화, 텔레비전드라마, 연극 등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이며 문화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에서 팩션이 문화현상의 하나로까지 인식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댄 브라운(Brown, Dan,)의 소설《다빈치 코드》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이다. 그 밖에도 《천사와 악마》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등의 팩션 소설이 번역 출간되며 출판계의 키워드로 자리 잡기도 하였다.

  출판계뿐 아니라 영화와 텔레비전드라마 등에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황산벌》과 《실미도》, 《역도산》 등이 팩션 형식의 작품들이다. 또 텔레비전드라마 《다모》와 《성균관 스캔들》, 《뿌리 깊은 나무》 등도 팩션이 대중문화의 한 조류로 등장하는 데 이바지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팩션은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함으로써 펙트와 픽션의 장점인 역사성과 오락성을 함께 구현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화제(話題)를 만들기 위해 오락성만 좇아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태어날 때부터 정략결혼의 희생자로 22살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마르가리타 공주를 매우 철없고도 막되 먹은 어린 권력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어릴 적 삶은 어떠했을까. 그림 속의 개를 인간 개였다고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시대의 어둠은 뿌리 깊었던 것일까.

 

2. 권위에 순종하는 것이 체화된 시대

  아버지 후안은 제왕적 권위와 더불어 신분적 권위에 순종하는 인물이다. 공주님의 마부로서 살아가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높으신 분들과 안면을 트고 살아가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더라도 저항할 줄 모르고 공주님이 자신의 아들을 놀이개로서 원하자 한 마디 불평 없이 깨끗이 목욕을 시켜 공주님 앞에 진상(?)한다. 후안이 장애를 가진 아들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아들을 처음에 도시로 데려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나, 자신에게는 아들이 하나뿐이라고 말하는 장면, 데려온 후에도 방 안에만 가두어 두는 등의 행동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들이 궁중 안에서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들을 구하고자 노력한다. 아들을 구하는 방법이 정면으로 권위에 저항하는 것이 아닌 마술을 이용한 눈속임이긴 하지만. 여기서야 비로소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했었다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바르톨로메의 어버니 이사벨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여성으로 등장하나 그 역시도 가부장제라는 권위에 순종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아들을 적극적으로 아끼고 지원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여성으로서 후안의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복종이 단순한 체념으로서가 아닌 응당 자신이 따라야할 당위적인 모습으로서 그려지고 있다는 면에서 제왕적 권위만큼이나 가부장적 권위 역시 사람들의 정신세계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귄위에 굴종하는 것이 체화된 시대. 사회적 권위가 인간성을 압도하는 사회에서는 이미 모두가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반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바르톨로메가 스스로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울부짖은 외침은 개인적 성찰을 뛰어넘어 사회 구조 전체를 부정하는 메시지였을 것이라 본다.

 

3. 억압과 차별을 감내하면서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

  작품 속에 등장하고 있는 중세 사회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과 현재의 그것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당연히 길거리에서 구걸을 해야 하는 모습은 아닐지라도 방안에 갇혀 하루 종일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했을 처지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바르톨로메가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이유가 글을 매우 빨리 깨우친다거나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까닭으로 설정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결국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태어나 더 많이 참고(궤짝 속에 들어가 그 오랜 시간 견디고) 더 적게 욕망해도(온전한 화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비장애인과는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역으로 이 작품은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바르톨로메는 끊임없는 억압과 차별을 감내하면서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자신을 고향에 남겨두고 가려는 아버지에 대항해 어떤 차별 속에서도 가족들과 함께 따라가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집에 남겨져 고독과 싸우면서도 글을 배워 꼭 성공한 삶을 살게 되리라 다짐했다. 형이 도제로 들어가 더 이상 수사에게 가지 못하게 된 뒤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궁중에 인간 개로 들어가서도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바르톨로메는 한참 동안 개를 관찰했다. 개는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다만 평화롭게 니콜라시토의 발밑에 누워있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머릿속이 환해지면서 벨라스케스의 말뜻을 깨달았다. 개의 힘을 느낀 것이다. 진갈색의 매끄러운 가죽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강인한 근육이 느껴졌다. 니콜라시토가 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가 니콜라시토의 콧대 높은 자세를 의연하게 참아내고 있었다. 이 개가 지금은 이러고 있지만, 언제라도 벌떡 일어나 니콜라시토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응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인내와 굴복은 명백히 다르다. 바르톨로메는 그림 속 개에게서 인내하나 굴복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비단 장애를 가진 사람 뿐 만이 아닌 이 시대에 억압과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모든 약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그들의 인내를 칭찬하면서도 끝까지 그들이 잘못된 세계에 굴복하지 않기를, 인간다움을 끝끝내 고결하게 지켜나가기를 요구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생각해 볼 문제

 

1) 책 내용과 관련된 분석 논제(論題)

 

바르톨로메의 아버지는 바르톨로메를 마을에 두고 가려 했으며, 마드리드에 도착해서도 아들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 이와 같은 아버지의 행동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 바르톨로메는 크리스토발 수사에게서 글을 배우면서 그 즐거움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바르톨로메에게 글을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 인간개가 되는 것을 거부했던 바르톨로메는 공주를 만난 후 공주의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또한 난쟁이 니콜라시토에게 질투심과 경쟁심을 느끼기도 한다. 왜 일까?

 

바르톨로메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어인인 파레하이다. 그는 실제로 벨라스케스의 노예였으며, 그의 재능을 높이 산 벨라스케스에 의해 자유의 몸으로 화가가 되었다. 벨라스케스와 파레하, 그리고 바르톨로메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2) 현실 상황과 관련된 논제(論題)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장애를 가진 바르톨로메를 대하는 태도는 각기 매우 다르다. 내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소설 속 인물 중 누구와 가장 가까운가? 이 소설을 장애인 문제와 더불어 생각해 보자.

 

■ 이 작품 속 바르톨로메가 상징하는 것은 이 시대의 어떤 존재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