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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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동심으로 돌아가자.' 혹은 '순수한 동심'과 같이 어린이의 마음이란 밝고 착하고 순진하고 개구진 것이라 생각했다. 무릇 어린이는 그래야 한다고. 되바라지고 못되게 구는 건 아이답지 못하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편견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글 속에서 어린이라는 자리를 '학생'으로 자주 바꾸어 읽었다. '못된 학생은 진짜 못됐다.'와 같이. 약간 통쾌하기도 했다. 작가와 다른 점이라면 소영 작가는 독서 교실 1년 차에 한 번 쓴 문장이지만 나는 십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음 장에서는 역시 어른답게 마음을 추스리게 해주었다. 상처받은 마음으로 학생을 이겨버리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대신, 최선을 다해 어른스럽게 대처하자고. 생겨난 미움을 잘 처리하고 새 얼굴로 학생을 다독이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고 말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때때로 버겁다. 내면의 아이도 보살펴야 하고 학교의 학생도 챙겨야 하고 부장으로서 여러 선생님들과 관계를 맺고 협의를 해야 한다. 특히 소영 작가가 '어른의 어른'이라고 말한 것처럼 '선생님의 선생님'도 필요하고 지금 같은 시대엔 그 존재가 정말 소중하다. 좋은 선생님들에게 기대어 매일 매일 배우는 것이 즐거운 요즘이다. 나도 선생님들에게 친절하고 믿을만하고 함께 배우고 나아가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또한 어린이(고등학생까지)들에게는 다정하고 용감한 어른, 세상의 지름의 넓혀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에필로그 없이 마지막 장까지 꽉꽉 채워진 점이 왠지 좋았다. 어떤 어른이 되는 것을 장래희망으로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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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아 - 제8, 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42
채은랑 외 지음 / 사계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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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청소년 소설이 좋다. 어릴 때는 되게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어려운 것, 있어 보이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어떤 부분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일은 현실에서 없어.'라고 단정짓게 되기도 한다. 실은 진짜 마음을 정해버리는 건 아니다. 책 속 아름답고 따뜻하고 뭉클한 관계들은 너무나 바라고 기대하는 일이지만 그러기에는 지금의 팍팍하고 개인적이고 때로는 비인간적이어서 무력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이 좋아진 건 아마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단정짓고 애써 마음을 닫게 하는 것들로부터 어딘가에서 우리는 분명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발견을 할 수 있고 조금은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천선란작가의 책은 내가 SF소설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그 안에서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이해와 배려를 말하기도 했고 돌봄이 되기도 했고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이기도 했다. 김영란작가의 '진리는 상상의 문제다.'라는 말처럼 세계의 이치를 넓혀주었다. '사라지지 않아' 도 마찬가지다. 또한 관계에서 나아가 주제가 다른 짧은 단편을 통해 성찰적인 질문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절대 불행 소녀'에서 한 사람의 불행과 다수의 불행을 저울질하는 것, 다른 사람의 불행을 통해 나의 안위를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또 '마지막 차사와 혼'에서 나는 무엇으로 내가 되는지, 기억이 사라진다면 그때도 여전히 나는 나일 수 있는지를.
한낙원이라는 자그마치 1920년대 아동 과학소설가를 알게 된 것이 무척 감동적이다. 오래오래 이 대회가 이어져서 아이들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나은 세계를 상상을 할 수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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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무선)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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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소년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다. 동시에 삶의 고통, 가난, 죽음, 그리고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한 아버지에 대한 깊은 헌사다.
처음 로버트가 핑키를 안으며 느꼈던 생생한 기쁨과 대비되는 핑키의 죽음. ‘선택’과 ‘책임’이라는 무거운 가치. 눈물 흘리던 아버지의 울퉁불퉁한 손에 가만히 입을 맞추던 로버트. 나도 모르게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아버지는 글을 읽지 못했지만 삶으로 아들에게 가르쳤다. 정직하게 일하고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 아버지의 죽음은 이 책의 절정이었다. 울지 않으려 애쓰던 로버트가 조용히 아버지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장면에서, 이 아이가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싶었다.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더 강한 배움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사랑과 책임, 성장’에 대한 조용하고도 묵직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이 책을 꼭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진짜 배움은 말이 아니라 삶 안에 있다”고. "너희의 삶을 응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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