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두 작가가 장애와 사회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SF소설가 김초엽, 지체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변호사 김원영이 뭉쳤다. 책은 장애는 '정상'에서 떨어진 결여나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꾸리는 아이덴티디, 즉 '있음'으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장애 '있음'의 삶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사회에 장애가 던지는 의미를 찾아본다. 📖p.88우리가 과학 기술에 거는 기대는 너무나 쉽게 현실과 어긋나고 또 미끄러진다. 어떤 기술도 완전무결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기술 낙관론자들이 약속하는 기술 유토피아는 결코 그런 방식으로 이곳에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완전한 기술과 불완전한 인간의 몸으로 지금 이 세계를 바꾸어나가야 한다. 언젠가 나타날 기적의 과학기술에 미리 찬사를 보내는 대신, 이미 현실에서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이보그들의 구체적인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책은 종단, 횡단으로 여러 지점에서 호흡할 공간을 남겨두었다. 그다지 문학적이지는 않다. 때론 과학지의 칼럼같이 조금 어렵고 딱딱하다. 마지막에 두 작가의 대담을 기록한 파트가 특히 재밌었다. 그리고 소설작가 김초엽의 맺음 글은..한 톨의 낭만을 남겨두어 매우 좋았다. 📖p.358사이보그의 삶이 실제로는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불화, 염증과 불쾌감,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경험 역시 끊임없는 불화의 연속이다. 어떤 투쟁은 이 장애를 구성하는 세계를 향하지만, 또 어떤 투쟁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고통을 향한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나는 그 불화 속에서 어떤 모순적인 좋은 것들도 발견하고 싶다. 삶은 불행하거나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며 불행한 동시에 행복하다고, 슬프고 또 아름답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불완전함은 때로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조금은 기쁘게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