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 그냥 게임이나 하고 싶었던 한 유저의 분투기
딜루트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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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게임하는 즐겨하는 여성 유저가 '우리나라에서 게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다. 특히 여성으로서 받는 시선을 보다 세심하게 담고 있다. 내 어릴적 이야긴데, 좀 거친 게임에 입문하면 상당한 욕을 배우기 마련이다. 거기에 여성유저라는 걸 들키면 여성차별욕까지 추가된다. 저자도 이런 상황에 주구장창 직면한다. 고깝고 불편한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즐기는 천생 게이머 이야기. 게임을 좀 해봤다하면 재밌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살면서 게임을 참 많이 했으니, 구구절절 생각나는 사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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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집에 처음으로 들어왔을 때를 기억한다. 모니터가 뒤로 뚱뚱한 상당히 오래된 고물이었는데, 물론 당시로서는 그다지 뒤떨어진 컴퓨터는 아니었다. 아빠는 업무용도로 샀다고 했지만 이 집의 자녀들은 게임기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전형적인 동상이몽이었다. 나는 아빠가 일 하지 않는 시간에 컴퓨터를 쓰려고 늦게 자거나 일찍 일어나서 몰래 켰다. 삶은 한층 더 재밌어졌으며, 눈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도 그 시기. 그때부터 나의 게임연대기가 시작된 것이다. 내 취향은 주니어 네이버 스타일의 인형 옷 꾸미기 게임보다는 스타크래프트같은 전략게임이나 마비노기같은 RPG게임을 좋아했다. 머리와 손이 빨랐을 때는 참 잘했고 그래서 열심히 했다. 그러다 게임보다는 공부에 더 많은 숙련도를 쌓아야 할 시기가 도래했을 때, 하찮게 여기던 동생에게 게임실력으로 밀릴 때, 아침저녁으로 부모님 안부인사를 101가지 욕으로 들었을 때, 게임에 대한 흥미가 반절로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가끔 게임을 하긴 한다. 요즘은 짝꿍과 바람의나라 모바일을 한다. 이 곳은 상스러운 욕설도 없는 편이고, 나체를 괴상하게 내놓은 여성 캐릭터도 없는 평화로운 고구려 마을이다. 게임에서 인생을 배운다면 너무 과대포장일까요? 약간의 게임은 현생의 시름을 잊는데 도움을 준다. 약간의 게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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