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오지체험가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며 현대문명의 반대편에 선 불편함을 감수한다. 이 책은 그가 국내외 섬을 다니며 남긴 기록이다. 무인도에서 새를 잡거나 해삼을 손질하는 일은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 자체라 삶의 생동감이 날뛴다. 어릴적 즐겨본 '노빈손 표류기 시리즈'를 읽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내가 가본 섬들은 단절과 시작의 출발선에 놓여져 있었다. 섬으로 떠나는 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과 같아서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흰 스케치북 앞에 앉아 또 엉망진창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섬을 떠나면 북-찢어 그냥 버려도 되는 그림..여성 또는 혼자에게 위협적인 기사들을 보다보면 섬의 이미지는 때로 공포와 음모로 뒤덮혀 음산한 기운을 풍기게 한다. 그래서 내가 아마 무인도에 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모험은 엔돌핀을 분비하게 하고, 도전은 길을 개척하게 하고, 스케치북은 언제든 다음 장을 넘길 수 있게 한다. 답이 없는 곳은 이토록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