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 보고 살았으면
안대근 지음 / 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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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안 쓴지 한참 되었다. 돌이켜보면 일기를 쓰는 행위는 노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방학 때 강제되던 일기쓰기 숙제가 참 싫었는데, 나는 보통 한 달치를 28일쯤에 미친 속도로 써내려 갔기 때문이다. 몇 시간 동안 그 날의 날씨나 기분을 예상하며(?) 썼었지. 그래도 일 년에 한 두 번쯤은 비공개 블로그에 새카매진 속을 토로하곤 했다. 속이 속절없이 까매지는 사건이 생겨야 그 울분, 속상함, 고통을 발산했다. 365일 중 다수를 차지하는 별 일 없는 매일은 그냥 별 일 없이 흘러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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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기장과 같다. 별 일 없는 잔잔한 날에도 엄마를 생각하거나 내일의 일을 얘기해보고 그걸 써내려 갔다. 어린 나는 매(일)의 (기)록이란 이름으로 글쓰기에 너무 큰 무게를 쥐어준 건 아닌지 싶다. 일기를 썼더라면 작가가 되려고 이렇게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에세이는 나를 보게 한다. 문장을 친숙한 단어로 정리하고, 적재 적소에 발화할 수 있게 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가진 따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나눠 받아본 하루였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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