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착한 나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60
이서수 지음 / 민음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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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착한 나진]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물었다. ‘나는 착한 사람인가?’ 


‘착하다’는 말의 뜻을 찾아보았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사전적 의미만으로 보면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우리 착한 나진』 속 나진은 과연 착한 사람인가? 


15년전 나진에게 과외를 받았던 미지의 인간 다혜가 찾아오면서 나진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착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착하고 싶지 않은 나진은 착한 사람이 되어 다혜를 집에 들이고 그렇게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다혜의 등장으로 나진의 삶은 어제와 다른 오늘이 된다 .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가 없다. 나진의 삶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다혜가 등장한건지 다혜가 등장하면서 나진의 삶이 꼬인건지. 


책을 읽다보면 착한 사람의 삶은 자신의 의사와 의지와 상관없이 꼬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요!” “싫습니다!” “못합니다!”같은 부정어의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가 ‘나진’이 된다 


나진과 달리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고통의 크기를 물어야 하는(p22) 어린시절의 다혜에게 나진은 늘 약자였고 갈곳이 없는 다혜에게 나진은 착한 사람이었다.


나진에게 서른 살의 어른이 된 다혜는 낯설었다. 

“언니는 여전히 착하구나” 나진은 온 마음이 뒤틀렸다. 폭발시키지 못한 분노가 다혜에 대한 적의와 뒤엉켰다.(p84)


봄이 오고 다혜와 나진의 동거의 양상이 바뀌었다. 어른이 된 다혜는 나진이 다시 열지 못할 것 같았던 문을 힘껏 열어젖히고서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었다.(p98) 혼잣말이 나진을 아무 때나 흔들어 놓았다. 나진의 눈과 마음에 독기 오른 뱀을 풀어놓았다.(p106) 


여름이 왔다. 결국 나진은 다혜에게 과거의 일을 뒤늦게 사과했다.(p169) 관계의 중심이 다혜에게로 옮겨 간 것 같아 찜찜했다.(p171) 그러는 동안 그들이 처음 만나 헤어졌던 과거와 재회 후 여기까지 오게 된 현재가 콜라주처럼 한꺼번에 떠올랐다 분명 잘못된 선택을 내린 날도 많았다. 그러나 그걸 다시 반복하지 않을 용기가 나진의 마음속에서 생겨났다. 나진은 비로소 동굴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 느낌이었다. 이젠 나진이 다혜를 데리고 여기서 나갈 차례였다.(p187) 


나역시 착한 사람이고 싶었던 어린 시절엔 나진처럼 사과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사과를 하고 받는 것이 착하다의 척도가 되지 못함을 안다. 과연 착하다의 기준이 있을까? 


‘나는 과연 착한 사람인가?’ 라는 물음에 “예!”라고 답하고 싶지도 않고 답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내 주위에 있는 착한 사람들 덕분에 오늘을 편하게 살아간다. 내 주위에 있는 나진과 다혜 덕분에 오늘을 살아간다. 



"여기서 뭐 하세요?"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던 나진이 생소한 광경에 놀라 얼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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