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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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공기를 담는 영화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하고,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의심하게 하고, 질문하지 않았던 것을 질문하게 하고, 꿈꿔보지 못한 것을 꿈꾸게 한다.(p6) 그러나 그 시대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공기를 머금고 있는 독립영화나 인권 영화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찾아보지 않을 뿐 아니라 회피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숙제를 품고 있는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표정과 시선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표출하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내는 감독들이 있다.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에는 2013년부터 10년 동안 인권 이야기를 만든 감독들의 영화가 담겨있다.

곤란한 표정을 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영화 속 인물들은 뻔한 세상에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상상하며, 가끔은 서로 다른 조건과 서로 다른 신념과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p8) 그 삶의 기적같은 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장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해야 할 일
-영화 <메기>2018년 감독 이옥섭/ 글 이다혜-“청년을 위한 해피엔딩은 어디 있을까? ”

<메기>를 계기로 살펴야 할 통계는 불법 촬영만이 아니다. 2023년 1분기 청년실업률은 6.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p26)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천우희 목소리로 시작되는 영화는 극 중의 어느 인물보다 이 모든 상황을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보는 <메기>의 존재가 더 심오하게 와닿는다. 포스트잇의 문구이자 메기가 내 뱉는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p28)를 듣고 있으면 현실에서 부딪히는 난관을이겨내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다.

2장 어쩌다 학교는 이토록 살벌한 공간이 되었을까
-영화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2015년 감독 최익환/ 글 이주현-“혁명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지금 당장이다”

누군가에겐 ‘고작’ 떡볶이일 수 있지만 지수에 게는 떡볶이가 ‘전부’다. 떡볶이는 떡볶이일 수도 있고 연예인일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다.(p40)
-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를 읽고 있으면 학교의 교칙은 과연 누구를 위한 규칙인가를 묻게 된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다 보면 학교가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고 법과 규칙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p48)는 것과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3장 추앙받지 못하는 낙오된 아이돌
-영화 〈힘을 낼 시간〉 2022년 감독 남궁선 /글 이다혜-“이른 나이부터 너무 힘을 내고 살아온 사람들”

“K-POP은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청소년의 경쟁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K-POP 산업의 이면에는 오랫동안 묵인돼 온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 문제가 숨겨져 있다.”(p59)
-〈힘을 낼 시간〉은 이른 나이에 너무 힘을 내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p75) 아이돌이 되기 위해 꿈을 짐처럼 지고 압박감 속에서 살았던 아이들. 이제는 망돌이 되어 이십대를 지나버린 그 아이들. 엄청난 노력을 해도 꿈이 실현되지 않는 그 길에서 궤도를 이탈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뒤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또 손을 내밀며 ‘다음’을 말하고 있다.

4장 아이와 노인은 무엇이 닮았을까
-영화 〈봉구는 배달 중〉 2012년 감독 신아가,이상철/ 글 이주현-“노인을 위한 나라가 사라지고 있다”

영화에서 안타고니스트는 결국 사회다. 주인공 봉구를 괴롭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회이며, 그가 맞서야 하는 건 노인을 불편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의 인식이다.(p92)
-감독은 이 땅에 ‘노인을 위한 나리는 없다’를 비틀어 이 땅에 ‘노인을 위한 행운은 없다’는 것도 보여주려 했다.(p96) 그러나 결국 로또 당첨과 행운이라는 아이와의 만남으로 봉구를 위한 자그마한 희망을 만들어 낸다.

5장 누구도 자신의 희망이 되어달라고 강요할 수 없다
-영화 <4등〉 2014년 감독 정지우 /글 이다혜-“당신은 성적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나요?”

〈4등〉을 ‘자녀 교육’의 관점에서 볼 것인가, 엘리트 스포츠의 과도한 ‘성과주의’의 관점에서 볼 것인가, ‘재능과 노력의 상관관계’의 관점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영화를 본 뒤의 논의는 여러 갈래로 나뉠 수밖에 없다.(p108)
-“이 영화는 부모로서 나의 고백과 자백 같은 게 담겨 있다.”(p106)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학부모인지 부모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6장 미우나 고우나 곁엔 사람들이 있다
-영화 <하늘의 황금마차> 2014년 감독 오멸 /글 이주현-“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힌트”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어떠한 죽음이 존엄한 죽음이고 아름다운 죽음일까. 행복한 이별과 아름다운 이별이란 무엇일까.(p123)
-제주 4.3 사건을 다룬 <지슬>의 감독 오멸의 <하늘의 황금마차>는 죽음과 노인 문제, 치매라는 병, 우애 없는 형제의 이야기를 집을 나와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으로 이야기로 풀어냈다. 진실은 아름답지 않고 아플뿐이다.

7장 가깝고도 먼, 고독사와 생의 의지
-영화 〈소주와 아이스크림〉 2015년 감독 이광국/ 글 이다혜-“나의 고독에 안부를 묻다.”

〈소주와 아이스크림〉은 죽음이 아니라 삶, 살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p147)
- 홀로 고독하게 죽은 여자가 모아둔 소주 병을 통해 전달되는 삶에 대한 욕망과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존투쟁의 장인 가정과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 그리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소주와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졌다,

8장 양심을 허락받아야 하는 세상
-영화 <얼음강> 2013년 감독 민용근/ 글 이주현-“한국에서 군대가 무엇이기에”

그는 〈얼음강)을 만들 때 그들의 ‘마음’이 궁금했고, 〈얼음강)을 만들고 난 뒤에는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더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p166)
-영화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선재의 행동을 따라가지만, 부모와 자식의 마음을 편견 없이 고루 살핀다.(p169) 그럼에도 편견 없이 보기가 힘들었다. 영화가 상영되던 시기가 한참 지난 지금 다행스럽게도 2020년부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고 있다.(p172)

9장 장애를 은유가 아닌 실제로 표현하기
영화 <두한에게〉 2013년 감독 박정범 /글 이다혜-“왜 ‘장애인 흉내’를 내는 것에 박수 치는가”

박정범 감독은 두한이 말할 때 자막 처리를 하지 않았다. 누구나 처음에는 두한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워하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박정범 감독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다.(p184)
-감독 자신의 친구 <두한에게> 못다 한 말을 영화로 하고 싶어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에서 장애인 스스로 주체적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통해 비 장애인들의 시각이 변화되어 가고 있음이 조금씩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이고 있다.

10장 모르는 척하고 싶겠지만, 당신도 감시당하고 있어요
-영화 〈과대망상자(들)> 2015년 감독 신연식/ 글 이주현-“욕망 자체를 거세당한 세대”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소비 단위로 설정된 개개 인이 시스템의 설계에 예속된 채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이다.(p203)
-최근 <거미집>을 비롯해 <동주>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은 거대한 농담 같은 영화다.(...) 해직교사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늘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는 예민한 남자 우민을 통해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우리의 삶을 멀찍이서 관찰하도록 유도한다(p202) 감독은 끊임없이 사회와 시스템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것으로 감시 사회 속 개인의 불안을 드러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들은 감시당하며 소비 단위로 누군가의 데이터로 남게 되는 존재 그 자체가 된다는 사실은 비극이 아니라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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