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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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날씨의 음악

<한겨레>에 <이우진의 햇빛>이라는 칼럼을 쓴 기상학자 이우진 님의 신간 『날씨의 음악』을 읽을 때는 꼭 음악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책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을 따라 어울리는 곡을 고르고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책만큼은 연주곡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춤추는 한반도의 날씨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는 연주곡이나 책에 나오는 곡과 함께 읽다 보면 계절에 따른 날씨가 내 기분을 좌우하게 만드는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과 비가 내리면 누군가가 떠오르고 바람이 불면 왜 지나간 것이 그리워지는지 들을 수 있다. 거기에 기압이 낮으면 공기의 떨림이 둔해져 소리가 평소보다 저음으로 들리게 되는 것도 알게 되고, 대기가 너무 깨끗하면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공기가 없다면 소리도 들을 수 없다는 지식도 얻게 된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주곡을 듣기 전에 팸플릿으로 그날 연주할 음악과 음악가에 대해 알려주는 것처럼 날씨를 만들어 내는 요소들인 바람과 구름과 비가 나타내는 여러 상관관계를 계절 별로 오케스트라가 곡을 연주하듯 우리에게 들려준다. 

1악장 
햇빛에 깨어나는 봄은 그 시작이 매번 다르고 날씨 또한 변덕이 심하다. 최근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봄을 노래하는 1악장이 짧아지고 대신 2악장인 여름이 점점 길어진다. 꽃샘추위는 햇빛이 대지를 깨우는 계절의 흐름과 때를 맞춰 발달한 온대저기압의 주기가 맞아떨어지며 나타난다.(p23) 매년 봄이 오고 때가 되면 여름에게 자리를 넘겨주지만 봄 날씨는 매일이 다르고 매년 다르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 그날의 옷차림과 기분이 달라지듯 삶의 즐거움과 애환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봄의 흙에는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의 깊은 세월이 녹아 있고 지구의 역사가 침전되어 있다. 이 흙이 있기에 물은 흙과 대기를  오가며 순환할 수 있고, 이 땅도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p59) 봄의 소리는 비발디 <사계> ‘봄’의 1악장에서 들을 수 있다. 

2악장 
물길 따라 젖어드는 여름은 으레 더운 계절이지만 유난히 더위가 심해지는 것은 대기의 흐름이 막혀서이다.(p83) 그리고 요즘 같은 장마철에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풍을 타고 수증기의 물길이 한반도로 밀려오면 여기저기 집중호우가 쏟아진다.(p65) 비가 온다는 것은 어디에선가 증발한 수증기가 물이 되어 내린다는 것으로 기후변화는 온도를 높이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한 곳에 집중 호우가 내린다면 다른 지역에는 폭염과 가뭄을 동시에 불러오는 양면성을 지닌다.(p89) 장맛비는 평소 내리는 비와 다르게 주룩주룩 내린다.(p131) 내리는 비를 보며 작가의 추천인 연인 조르주 상드를 걱정하며 작곡한 쇼팽의<빗방울 전주곡>이나 베토벤이 여름에 오스트리아의 하일리겐슈타트에 머물던 시절을 회상하며 작곡한 <교향곡 6번>‘전원’을 들으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면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지겹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3악장 
구름 사이로 흘러가는 가을이 되면 세상이 색으로 뒤덮인다.(p150) 풍파를 만나야 덕이 드러나듯이 낙엽도 으스러질 때마다 지나온 세월의 향기를 내어 놓는다.(p152) 정말 단풍잎 하나하나에는 지난 한 해 동안 날씨와 함께 살아온 이파리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 년간 흘린 땀의 대가가 이파리의 색을 통해 드러난다.(p153) 드러난 낙엽의 색을 바라보며 내가 평이한 날씨의 혜택을 누리는 동안 누군가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가을날 높은 하늘의 구름이 달라 보이기도 한다. 그 달라지는 가을의 중후한 표정을 장 밥티스트 바리에의 <소나타 2번> G단조에서 두 대의 첼로 선율로 느껴볼 수 있다. 

4악장 
밤과 꿈에 빠져드는 겨울의 밤은 더욱 길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무거운 만큼 남하 속도가 빨라 강풍을 동반한다. 살을 에는 추위가 피부에 전해진다. 피부는 바람이 강할수록 더 춥게 느껴진다.(p232) 겨울이면 북구의 바다는 얼어붙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북극해의 얼음이 여름철마다 모두 녹을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들려온다.(p233) 기온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빠른 속도로 극지의 얼음층이 사라지고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불운한 전망이 현실화가 될까 두렵다. 4악장을 읽으면서 찾아 두었던 음악인 Jeong Park(박정훈)의 음반 <Deep Sunset>의 마지막 곡 ‘Between Winter and Winter’의 무념무상의 기타 음률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빙으로 침몰한 <타이타닉>의 악몽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속 불안함이 잦아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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