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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낯선 사람』의 작가 김도훈은 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영화 잡지 <씨네 21> 기자, 남성 패션지 <GEEK> 디렉터, <허핑턴포스트>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글쟁이로 오만가지 글을 쓴다. 현재 유튜브 영화 채널 <무비건조>에 출연 중이다.
작가의 말처럼 그에게는 낯선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사람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눈에 익은 이름 네 명을 빼고는 이름도 생소한 낯선 사람들뿐이었다. 책에 수록된 사람들은 그들이 행했던 일들로 추앙받거나 지탄을 받았다. 기행으로 사회에서 배척도 당하지만 이들이 했던 행동과 행위를 선악의 잣대로 가볍게 판단할 수는 없었다.
부제가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인 이유도 책 속의 낯선 사람들의 삶으로 독자인 우리의 의식의 흐름이 뒤흔들리거나 균열이 생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또 논쟁거리가 넘쳐나는 인물들의 삶으로 주관적 견해를 갖게 해 준것만으로 작가에게 감사하고 싶어진다. 세상에는 낯설지만 보고 있다보면 눈이 가는 남다른 사람이 참 많다. 그 이름마저 『낯선 사람』 속에 위대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다이앤 포시: 고릴라 사회가 받아들인 첫 인간
에르네스트 보: 30초에 한 병씩 팔리는 향수 만든 ‘예술가’
치치올리나: 보수적인 이탈리아에서 국회의원이 된 포르노 스타
에드워드 로: 고양이를 도시형 반려동물로 만든 위대함
레니 리펜슈탈: 불순한, 그러나 미학적인 히틀러의 치어리더
애덤 드라이버: 영화가 끝난 뒤 더 잘생겨 보이는 남자, 대체 왜?
린제이 로한: 오락거리로 소비된 짧은 전성기를 누린 하이틴 스타
곤도 마사히코: 일본 버블(거품) 경제의 상징
타미 페이: 미국 기독교에 가한 흥미로운 균열
롭 핼퍼드: ‘남성적 소세계’ 때려 부순 혁명적 커밍아웃
스텔라 테넌트: 살아 있었던, 누구보다도 살아 있었던 세기의 모델
로이스 맥매스터 부졸드의 보르코시건: ‘장애는 극복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부수다
모나 헤이더: 히잡을 ‘쓸’ 자유를 노래한 미국의 힙합가수
프랭크 게리: 몰락하던 공업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건축계 거장
호세 페르난데스: 우주복 디자인하는 할리우드 특수의상 디자이너
미셸 우엘베크: 극도로 존경받고 극도로 미움받는 남자
테리 리처드슨: 누구도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패션계의 볼드모트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이용하다
라나 델 레이: 힙스터 비평가들이 사랑하는 ‘문제적’ 가수
디터 람스: 미니멀리즘 제품 디자인의 시작
로버트 저메키스: 〈아바타〉 신화 이전에 〈폴라 익스프레스〉가 있었다
네이선 미어볼드: 공룡 덕후인 억만장자
맥스 마틴: 30년간 팝시장을 장악한 독재자
유리 겔러: 한때 전 세계를 홀렸던 현대적 미신 그 자체
김지연: 단 한 번, 그러나 절대 사라지지 않을 절정의 순간을 산 가수
조이 밀른: 파킨슨병을 냄새로 아는 슈퍼파워의 소유자
고릴라 사회가 받아들인 첫 인간이었던 다이앤 포시
영국에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있다면 미국에는 ‘고릴라에 미친년’ 다이앤 포시가 있다. 그녀는 고릴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마녀’가 되기를 자처했다. 포시가 가장 아끼던 수컷 고릴라 디지트가 밀렵꾼에 대항해 무리를 지키려다 죽었다. 내전이 계속되는 그곳에서 많은 고릴라가 학살당하고 새끼 고릴라는 판매용으로 잡혀갔다. 르완다 사람들은 먹고살아야 했고 그녀는 그런 르완다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과격한 방식의 보호운동을 펼치던 포시는 입국 금지 대상자가 되었다.
미국으로 돌아와 있는 동안 그녀가 집필한 『안개 속의 고릴라』는 멸종해가는 고릴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전 인류적인 인식을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 하나의 책이 한 분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느냐 묻는다면, 나는 『안개 속의 고릴라』를 내밀 것이다.(p21)라고 작가는 말했다. 포시의 책이 출간된 후 밀렵은 조금씩 줄었다. 대신 고릴라 관광으로 르완다 정부는 수익을 창출했다. 포시는 관광 코스 때문에 고릴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르완다 정부에 끊임없이 항의했다. 그러다 결국 1985년 12월 26일 다이앤 포시는 캠프에서 잠을 자다 살해당했다.
그녀가 사라진 세상에서 아직 고릴라 밀렵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고릴라가 1000마리가 채 못된다고 한다. 포시의 전쟁은 아직 끝나선 안된다.
몰락하던 공업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건축계 거장 프랭크 게리
건축이 인간의 심미안을 만족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한국의 전설적인 건축가 김중업 걸작으로부터 배웠다.(p152) 우리는 김중업의 위대한 랜드마크를 놓쳤다. 그에 반해 빌바오는 가지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축한 프랭크 게리는 건축계의 오스카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거대한 슈퍼스타다. 스페인 북구 바스크 지역의 중심 도시 빌바오는 몰락하던 공업 도시였다. 생기를 잃어가던 도시를 살리기를 위해 문화를 이식하기로 한 바스크 정부의 계획이 적중했다.
미술관은 건축계의 혁명을 불러일으키며 현재까지도 100만 명이라는 숫자의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건설 초기 지역 언론은 프랭크의 설계안이 도시의 역사성을 파괴할 것이며 엄청난 적자를 안겨줄 거라며 격렬하게 반대했으나 개의치 않고 건설을 강행한 모험이 성공을 한 것이다. 그의 건물을 두고 설계적 문제를 무시하고 독특하게 뒤틀린 외양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의 건축론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2019년에 오픈 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 그의 작품이다.
파킨슨병을 냄새로 아는 슈퍼파워의 소유자 조이 밀른
인간에게는 슈퍼파워가 없다. 인간은 슈퍼히어로가 될 수 없다. (p273) 그럼에도 인간에게 원인 모를 이유로 슈퍼파워 능력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타인의 병을 냄새로 진단하는 일흔두 살의 영국 여성 조이 밀론이 그 증거다. 다른 인종보다 한국인에게 발병이 더 잦은 파킨슨병. 그 병에 걸린 남편에게서 사향(musk)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조이 밀론은 알게 되었다. 이후 대학의 연구팀들과의 공동연구로 인공지능 후각 시스템이 개발되었고 점점 더 발전해가고 있다. 그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능력을 ‘저주’인 동시에 ‘축복’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그가 가진 ‘큰 파워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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