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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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는 책의 제목부터 무시무시하다. 인간이 아닌 플랫폼( 콘텐츠나 아이디어를 배포하고 접근하거나, 이로 인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하나의 디지털 토대이자 공간을 칭하는 용어) 이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고 통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안전까지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사람이 다치고 죽는 문제에 관해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일임에도 이 일을 해낸 작가 박정훈은 프롤로그에서 라이더온유니온 조합원들이 이 책의 살아있는 참고문헌이자, 현장이 증언자들이라고 말하면서 출근했다가 무사히 퇴근해 소중한 사람과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게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언택트 시대의 개막과 함께 발달한 플랫폼 산업의 행동 집단인 라이더들을 ‘도로 위를 달리는 무법자’라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 그들이 당연히 제공받아야 할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고, 갈등은 사고의 순간뿐만 아니라 배달 서비스를 생산, 유통, 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일어난다(p39)는 사실도 알았다. 무지해서 오해했고 편협해서 곡해했다. 차가운 시선으로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았던 시간들을 반성했다.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 배달 플랫폼 기업 대신 눈앞에 보이는 라이더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가 안타까울 뿐이다.

배달 서비스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서비스다. 서비스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합리적인 대우를 받고 존중해야 한다. 라이더들이 과속을 하고 신호위반을 하게 만드는 일차의 책임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고의 순간은 찰나이지만 사고에는 맥락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p11)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 라이더인 박정훈 작가의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에는

1장 초보, 사고의 흔적을 몸에 새기다.

‘번쩍’이라는 단어를 체험하게 한 첫 사고의 추억을 떠올리면 배달통에서 콜라가 피처럼 흘렀던 사건과 초보 라이더가 시동을 켜기까지의 시간이 떠오른다. 초보 시절을 무사히 넘기고 운명처럼 찾아온 사고로 두렵기만 했던 생애 첫 산재 신청을 하고 라이더들의 작업장이자 배달 기업의 공장, 도로를 다시 달렸다. 전쟁터 같은 배달대행의 현장에서 ‘주의’ 표지판이 없는 공장에서 안전하게 일하려면 스스로 긴장하며 온 세상에 ‘경고’ 스티커를 붙여놓고 달려야 한다.

시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배달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라이더를 비난할 수밖에 없다. 도시가 일터인 라이더와 도시가 생활공간인 시민들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다.(p43)

2장 도로 위의 생존 게임- 전투 콜

총알택시와 총알 배송이 만날 때 오토바이 기사 강석구 씨는 하늘로 튕겨져 날아갔다.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하지만 가만있어도 빠져나가는 돈 때문에 일어나 달려야 했다. 동네 배달대행사에서 일하는 강석구 씨는 진화 혹은 퇴화, 끊임없이 변하는 배달 산업의 3가지 형태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배달노동자들이 면허 없어도 OK, 동네 배달대행사 입사하기로 배달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진입 장벽 없이 배달대행사를 차릴 수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현재의 배달 산업은 안전교육은커녕 산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장이 돈을 버는 구조이고, 라이더들이 사고 이후 뼈가 부러져도 다시 오토바이에 오르는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형태이다.
라이더가 앱에 접속하는 순간, 전투가 시작된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제도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함에도 안전교육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발생한다.

이윤호 안실련 정책본부장은 안전 운행을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 제도적 시스템도 구축하지 않고 단속 등 단기적으로 이륜차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p97)

3장 AI 사장님이 라이더를 관리하는 방법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 산업이 산재 신청 기업 배민과 쿠팡이츠가 1위와 9위의 사고 현장이 되었다. 라이더가 되기 위해 배달 라이더로 접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5분이면 ‘배달 경험 없어도 누구든지 쉽게!’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치타와 번쩍 배달의 비법을 익힌 초보 라이더가 도로 위를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의 알고리즘 도입으로 숙련된 관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는 AI가 관리자를 대체한다. 이로써 더 이상 라이더를 위한 플랫폼은 없다: 플랫폼별 AI 알고리즘과 배달료는 각 플랫폼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알고리즘은 왜 모르고리즘이 됐을까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알고리즘이 설계한 도박판, 배달료와 수수료 징수체계 등에 대한 투명한 정보 소통과 합의가 없으면 배달노동자의 산재사고로 그 비용이 전가되는 현실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금은 인간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인간을 활용하고 손님을 관리자로 만드는 AI의 실시간 감시와 배달은 앱 속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실험을 통해 AI 배차를 따르면 노동 강도는 늘고 거리당 단가는 줄어들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실험이 끝난 뒤 도심을 가로지르는 라이더들의 동선을 보니 도시 위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를 시찰한 모습을 본 듯했다.
이제 배달 플랫폼의 밸런스 게임: AI에 순응하고 임금 적게 받기 VS. AI에 저항하다가 잘리기의 선택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작업장과 Al, 그리고 안전에 대해서 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에서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로 외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오늘날 노동자들은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 같다.(p195)

4장 갑질 사건이 아니라 산재입니다.

손님이 배달노동자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벌어졌다. 폭언으로 사건이 언론이 주목하는 사고, 혹은 언론이 외면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고급 아파트에서는 배달노동자들을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태워서 배달을 시켜 벌어지는 일들도 있다. 마음 위에서 벌어진 사고들로 ‘갑질 근절 및 처우나 인식 개선’에 대한 사항들을 요구하지만 잘 실행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라이더에게 헬멧만큼 블랙박스가 절실한 이유가 생겨나고 화장실 하나 둘 곳 없는, 모두가 비운 자리에 인권의 자리가 절실하다.

배달노동자의 마음속에 상처와 응어리를 남기지만 현실에서는 없던 일이 되는 것이 마음 위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이다.(p221)

5장 배달 공장의 혁신을 위한 5가지 제안

라이더를 위험으로 모는 5가지는 크게 위험한 작업장, 위험한 작업 도구, 과속을 유도하는 임금체계, 직업교육의 부재와 미숙련노동, 불충분한 법체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고용 형태와 임금체계가 오토바이 속도계를 조절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적절한 안전 배달료 체계의 실현이 필요하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라이더를 위한 최저임금제도의 순차적 도입과 플랫폼 산업의 진짜 '혁신'을 위한 규제들: 이륜차 면허, 관리체계 정비로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륜차 운전자의 눈으로 세상 보기로 도로, 안전장비 정비와 ‘벤더’라는 이름의 바지 사장인 실종된 사장님을 찾는 방법: 노조법(도주 법) 제2조의 개정으로 개별 라이더의 안전불감증을 잠재워야 한다.

배달노동자들이 천천히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은 단순히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은 도로 위의 주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기 전과 내린 후에 벌어지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p242)

마지막으로 배달 라이더를 위한 산재보험 사용 설명서로 산재신청 과정과 방법을 부록으로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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