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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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볼펜의 시간』으로 26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유원은  『미확인 홀』을 통해 누구도 모르게, 자신조차 모르도록 막아버린 구멍이 다시 드러났을 때의 상실감이 어떤 상처로 나타나는지를 소설 속 인물들로 보여준다. 


아들 희찬이 들고 온 봉투 안에 든 종이 한 장. 그 종이에 나타난 글자 ‘블랙홀’. 이 세 글자가 희영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고개를 들면 산이 보이고, 숙이면 흙이 보이는 시골 동네 은수리에 살던 희영은 대학 입학과 함께 고개를 들면 콘크리트가, 숙이면 보도블럭이 보이는 서울의 빌딩의 날렵함과 도로의 복잡함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에서 사라진 필희의 부재를 잊고 살았다. 


중학교 3학년 여름, 필희의 엄마와 은정의 아빠가 함께 사라지기 전까지 서울에서 전학 온 초등학교 5학년의 필희는 희영과 은정과 함께 삼총사가 되어 지냈다. 그랬던 필희가 고등학교 3학년 매미가 요란하게 울던 여름 사라졌다. 희영이 던진 돌처럼 감쪽같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까만 구멍으로 먼지처럼 빨려 들어가는 돌멩이처럼 사라졌다. 


희영은 필희가 사라진 미확인 홀에서 떠나지 못했다. 몸은 꺼지지 않는 불빛의 화려함이 있는 곳에 있지만 마음은 은수리의 저수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가슴에 크고 작은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을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면 제대로잘 막아야 했다. 어설프게 잘못 막았다가 한마디 혹은 한 단어로 바늘구멍 같은 것이 생기면 책의 인물들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보고 난 후 휘청거리는 희영의 삶에도, 엄마를 잃고 외로워 자다가 벌떡 일어나 엉엉 소리 내어 울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정의 삶도, 쇼핑몰 사기로 모든 것을 잃고 죽기 위해 미확인 홀을 찾았던 혜윤의 삶과 자신의 딸 필희와 필성을 버리고 남자와 도망갔던 순옥이 은정 아빠에게 버림받고 남겨진 아들 은수와 여생을 살았던 삶도, 순옥의 슈퍼에서 오백 원짜리를 훔치는 열다섯 살 이든이의 삶과 


혼자 남은 사람으로 도시의 싱크홀을 조사하는 도로 안전과 공무원인 필성의 삶도, 공장 파업에 대응해 공권력에 맞서 싸우다 결국 해고되어 굴착기 기사의 삶을 살고 있는 정식의 삶에서도, 희영과 살면서 자신의 마음의 구멍이 더 커진 찬영이와 필희의 실종을 구실 삼아 아버지를 은수리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은정의 삶에도 희영이 발견했던 미확인 홀이 있다. 


‘삶에 단단히 박음질된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추처럼 삶과의 연결이 위태로운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미확인 홀』의 사람들은 삶의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 마지막에 전작의 소설과 같이 ‘아름다움과 확신’을 이야기한다. 


은정 엄마가 차려준 비빔밥을 먹고 용기 내어 저수지의 미확인 홀을 확인하러 가는 희영이도, 풀냄새 나무 냄새를 맡으며걷다 보면 무거운 감정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는 희영의 말을 떠올리며 등산화를 꺼내는 은정이도 지금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다. 모두 가슴에 『미확인 홀』을 안고 있지만 그 홀에 빠져 내내 허우적거리지는 않는다. 


구멍이 있음을 알았고 그 구멍을 메우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혼자 하는 것이 힘들면 도움의 손을 내밀면 되고 또 받으면된다. 그녀처럼 털어놓고 말하는 것으로 하나씩 메우면 된다. 


“내가 살고 싶어 해도 될까?”라는 희영의 물음에 은정의 “그럼.”이라는 대답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 듯도 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것이 아닌 건 결국 잃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며 순옥은 살아왔다. 버리거나 버려지는 것 모두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p113)


울지 마. 가로등은 해가 아니야, 해는 벌써 졌어. 

매미가 밤인데도 울고 있어. 가로등 불빛을 해라고 착각해서 우는 거래. 불쌍해.(p148) 매미가 울면 매미를 봐야죠. 매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잖아요. 저러다가 미쳐서 죽는 거라고요.(p150)


나는 거의 모든 걸 이해받으며 살았어. 내가 잘나거나 좋은 환경을 타고나서는 아니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말하고 살아서 그래. 이해받는 건 내 문제가 아니더라고, 상대의 문제지. 그러니까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어. 알아. 이해받지 못해도 뱉어내야 살 수 있는 말도 있단 거. 그래. 내 삶엔 행운이 따랐어. 반드시이해받아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 상대의 이해 범위 안에 있었거든. 자네는 그렇지 않았잖아.(p182)


희영이 눈물을 쏟았다. 둑이 무너진 저수지처럼 콸콸. 위로나 해결을 구하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저 후회와 후회, 후회와후회.(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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