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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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에는 언어 치료사인 김지호 작가가 2007년 가을부터 2022년 겨울까지 만났던 아이들과의 언어치료 수업 내용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이 말을 멈추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말이 선명해졌다고 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떤 의도에서 한 말인지 궁금했다. 


1 부 우리에게 언어가 없다면의 시작 ‘나의 첫 말더듬’에서 작가는 무엇이든 처음에 더듬게 되는 것이 언어만이 아니고 아이만큼 자신도 처음에 힘들고 긴장했다고 말한다. 


‘우리의 오해’에서 다운 증후군인 영이와의 수업이 쉽지 않았다며 말은 항상 어긋나기 마련이라며 누구나 상대의 뜻을 오해한다고 하며, 


자폐성 진단을 받은 돌이의 부모처럼 일반인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아이와 ‘말하기와 믿음 쌓기’에서 우선순위가 믿음쌓기 임을 강조한다. 


부모가 청각장애인이면서 저소득 취약 계층인 자폐 장애아 군이는 ‘들리지 않는 곳에 서 있기’를 하는 아이다. 그 아이 한사람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읽으면서 마음이 아렸다.


중증 뇌 병변의 아이 희아는 말이 아닌 ‘마음을 알리는 몸짓’으로 대화를 하는 아이다. 작가는 세상과 전혀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에 희아와 무언의 대화를 나눴던 그 시간이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뇌종양이 발견되었으나 치료 시기를 놓친 거구의 은이는 신체적, 언어적 기능이 상당 부분이 소실됐다. 그럼에도 언어치료에 열심이었던 은이의 죽음은 작가에게 쉽게 인정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작가는 국화꽃 한 송이를 놓아두는 것으로 ‘마지막 문장 채우기’를 마친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무리한 치료교육을 받은 화니의 눈은 무기력하다. 해서 자신이 ‘지금 속한 여기’가 어딘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염색체 질환을 앓고 있는 다섯 살의 진이에게 ‘의미 있는 대화 상대되기’를 하기 위해 노력의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의미있는 말 표현을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진이의 부모가 아이의 입을 통해 ‘엄마, 아빠’라는 말을 꼭 듣게 되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에게 보낸 작가의 편지에는 말이 없어도 되는 세상, 말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자신이 치료를 했던 아이들이 보통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진심 둘 다 담겨있다. 아이에게 맞는 언어 치료를 해야하는 커리큘럼들을 보면서 작가가 준비하고 노력했던 시간이 보인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노력의 시간과 애정이 그 편지에다 있다. 또 그 편지를 읽고 나면 원하는 말과 하고 싶은 말은 그 말을 멈추었을 때 비로소 스스로 알게 된다고 했던 작가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의사소통에서 ‘말’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말하여지지 않는것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p40)


2부  완벽한 소통의 순간

말을 더듬는 민이의 ‘완벽한 소통의 순간’과 중증의 뇌 병변 장애아 세이의 ‘안녕, 우주비행사’와 언어 발달 지체를 가진찬이의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기’와 다운증후군의 태이의 ‘용기가 필요한 순간’과 학습 지원 차원에서 언어 수업을 한 중학교 3학년 결이의 ‘조건 없는 사랑의 조건’과 언어 표현이 없는 무발화 아동인 지예와 대입 면접을 앞둔 철이의 ‘이것과저것 사이’ 그리고 중증 자폐성 장애로 의미 있는 말 표현이 부재한 상태인 신이의 ‘연민을 거두어야 할 순간’과 사회성 훈련을 원하는 엄마들 둔 17세의 연이의 ‘자기를 돌보는 일’이 이 안에 있다. 


이곳에는 강물 같은 말이 아이들에게 흘러가기 위해서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한다. 장애를 둔 가정에서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비난해서도 안되고, 아이들은 이런 어른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서도 안 됨을 이야기한다. 말 표현이 부재한 아이들의 언어의 틈 안에도 기적과 희망이 숨 쉬고 있다. 장애의 아이들이 아니라 사회가, 사회 속의어른들과 정책에서 오는 문제가 아이들의 입을 닫게하고 집 안에만 있게 잡는다. 나 역시 그렇다. 


말은 강물과도 같다. 아이들의 말은 어른들에 의해 받아들여져야 한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막히지 않고 유유히 흐를 수 있다.(p111)


3부 우리가 그린 행복의 모양

뇌 병변 장애를 안고 태어나 ‘카트라이더의 꿈’을 꾸는 들이는 작가가 치료하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언어능력이 좋았으나들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은 험준할 터였다. 


뇌 병변의 장애를 가진 동이는 바우처 제도가 생기면서 언어 치료를 받게 된다. 그가 동생 남이에게 보낸 편지 속 ‘엄마가울어서 슬펐어’라는 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청력이 약해 인공와우 삽입 수술을 한 홍이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 담긴 ‘사랑하는 사람과 천천히 멀어지기’에서는 아이에게 사춘기가 오면 가족들과의 관계 재정립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규칙을 지키기 싫어하고 쉽게 화를 내던 경계성 직적 장애아인 필이는  ‘돌봄과 경쟁’을 보여주는 그룹 수업을 통해 달라진다.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호야와 갈등 상황을 경험한 작가는 ‘우리의 세계를 구축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호야를 치료하며사람으로 지켜내야 할 것이 자기 안의 어떤 ‘마음’이고 태도임을 알게 된다. 


선천적 심장 장애가 있는 ‘주니네 집’을 통해 장애 가정이 가지는 불안과 두려움을 헤쳐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자폐성 장애 아동 훈이네 가정에 일어난 일로 훈이 형 혁이에게 편지를 쓰며 ‘돌아보지 않기, 행복해지기’를 말하는 작가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싶다. 


자폐 아이들에게 공간과 시간을 이해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석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석이네처럼 ‘가족이함께 짓는 집’을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치료 수업에 함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모방 행동을 하던 한이의 행동을 모방하며 ‘우리가 그린 행복의 모양’을 만들어 가는 작가를 보면서 내가  그리는 행복의모양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너는 착한 아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이 형을, 가족들을 사랑하지.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네 마음속에는 커다란 빈칸이생겼던 것이다. 사랑으로 채워져야 할 그 공간이 여전히 비어 있다면, 너는 다짐해야 한다. 온전히 스스로 안아주겠다고. 너의 두 팔과 사슴으로 너를 받아주겠다고. 외롭겠지만 그게 상처받은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다.(p213)... 남이야, 너를 사랑한다. 네가 나쁜 마음을 먹어도, 형을 미워해도 너를 사랑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다.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우리 앞으로도 서로 사랑하며 살자.(p214)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작성한 주관적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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