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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030] 사는 마음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다희 작가의 『사는 마음』에는
1부 내가 돌보는 물건, 나를 돌보는 물건-책장, 바이올린, 웨딩드레스, 찻잔, 침대 밑, 트렌치코트, 누울 자리, 책상, 작업실이 있고,
2부 충동이 없으면 지불하지 않는다-건조기, 택배 상자, 책, 맥, 의자, 집, 신발
3부 살기 위해 사고, 사기 위해 산다-바지, 그릇, 가방, 블렌더, 만년필, 식물, 노트, 산수유나무,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읽다 보면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같고 작가의 물건이 아니라 내가 돌보는 반려 물건 같다. 그래서인지 자꾸 책 옆에 그리고 앞과 뒤에 있는 나의 물건들을 자꾸 쳐다보게 만든다.
1부 내가 돌보는 물건, 나를 돌보는 물건
작가의 아버지이신 『그리스 로마신화』를 집필하신 고故 이윤기 작가님의 손때와 정성이 묻어 있는 책장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그리고 할아버지가 주신 3000달러로 구입한 바이올린과 남보다 특별하기 위해 구입했으나 이제는 물려주지 말아야 하는 물건이 되어 버린 자신의 웨딩드레스와 작가의 친구들이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인 당근(당신의 근처)을 통해 팔고 있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비싼 찻잔들과 자신의 침대 밑 수납함에 정리되어 있는 항암 치료 시절 구입했던 가발고 작가의 반려묘 술이는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만든다. 고심 끝에 세일 기간에 장만한 ‘바바리’라고 불리는 영국산 트렌치코트와 첫눈에 반했던 유럽의 골동품 가구를 흉내 낸 뷰로 책상(편지 쓰는 책상)을 얻기 위해 터트렸던 눈물로 30년간 책임감을 느끼며 손때 묻혀가며 쓰고 또 쓰고 있는 책상 이야기에 공감 버튼이 마구 눌러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간을 중요시 여기는 작가의 작업실 공간은 내 오랜 로망이라 그저 부럽고 또 부러웠다.
물려받은 것이 많은 사람은 좀 더 쉽게 싸워 이길 수 있겠지만 오로지 물려받은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역경도 있을 것이다.(p19)
2부 충동이 없으면 지불하지 않는다.
건조기-모든 새것은 결국 허름해진다
늘 새 물건을 사는 일에만 열중할 수 없고 한정된 공간 들여놓을 수 있는 물건도 한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새 물건을 사는 데서 오는 쾌감을 삶의 주된 목적으로 삼지 않으려는 이유가 모든 새것은 결국 허름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책만은 예외라고 말하는 작가를 보며 또 한 번 ‘나구나!’ 했다.
택배 상자-내가 산 물건 뒤에는 노동이 있다
우리의 풍요로운 물질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 뒤에는 노동이 있다. 안다. 노동한 사람을 잊지 않았으나 적절한 대가를 지불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에 대한 고마움은 잊고 있었다.
책 1-“왜”라고 묻는 순간 삶은 경로를 이탈한다
책 속의 언어를 찾으며 “왜”라고 묻기 시작하면 삶은 어려워진다. 하지만 질문해야 하고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책 2-시련을 극복한 영웅만이 전리품을 얻는다
아버지로 그리고 어머니로 동일한 텍스트로 출발해도 확장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 작가를 보면서 부모님에게서 시작해서 그녀가 얻어 낸 성취감이 그녀를 영웅이 되게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부디 그녀가 번역한 책들로 책장을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맥-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일할 때 사용하는 장비는 일하는 사람의 취향이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는 예외다. 능력만 된다면 프리랜서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장비로 일하고 싶은 것이 대한의 직장인들의 바람일 것이다. 장비를 사용하는 주체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므로.
의자-명품에 앉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허먼밀러사의 에어론 체어. 가격이 어마 무시하다. 그럼에도 ‘이왕 사는 거’ 돈 쓰는 일을 하는 작가의 용기와 고생에 대한 위로에 박수를 보낸다.
집-충동이 없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예술가의 작품이자 우리 동네의 풍경
거대한 지름신이 강림해서 생애 최대의 소비를 한 것으로 대출 이자가 행복이 되어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던 작가 부부의 집. 그 집으로 마음을 움직여 이성이 흔드는 것이 아니면 돈을 내놓지 않는 그들의 강인한 정신력에 감탄을 넘어 경탄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위해 집을 짓는다. 살아 있는 동안 지켜 내고 싶은 자신들의 팔라초 메디치를 건설했다.
신발-자기혐오는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발을 수치스럽게 여기게 만든 사회적 메커니즘과 기제. 그 시대는 그랬다. 여자의 발은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안됐다. 미덕의 세상인 지금과는 다른 시대였다.
우리를 낳아 주고 키워 준 사람으로부터, 우리의 고향으로부터, 우리의 바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개인으로 오롯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실로 영웅적인 위업이다.(p131)
3부 살기 위해 사고, 사기 위해 산다.
바지로 분석형 INTJ의 소비생활을 보여주고, 그릇으로 왜 살며(Live) 왜 사는가(buy)를 말하면서 삶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삶의 이유를 말하고, 가방으로 ‘짭’을 지양하고 창작자의 노력과 고민의 산물을 지향하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블렌더로는 ‘조언과 잔소리의 차이’와 ‘관심과 오지랖’의 차이를, 2022년을 끝으로 남산의 밀레니엄 힐튼이 사라짐을 이야기하며 만년필로 마이클 코프먼이 말했던 가진 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특권을 경계할 것을 피력한다. 식물로 살아 있는 것을 가꾸고 돌보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노트에서는 만년필에 맞는 종이를 찾는 작가를 보며 또 내 모습을 만나고, 작가의 동네 골목 어귀에 즐비한 산수유나무로 독자들이 살고 있는 동네 골목을 바라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선물 받은 새 바이올린으로 생겨난 옛 바이올린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오래된 자동차에 매달린 사연을 들으며 추억은 그냥 과거가 아님을 보게 된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 남의 말을 듣는 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 이 모든 것은 목청 높여 간결한 구호를 외치는 이로다 복잡하고 어렵다. 단시간에 끝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유하고 행동하는 능력은, 인류 모두에게 주어졌는지 도통 의심스럽기는 해도, 우리 중 아주 많은 사람에게 어떤 대가도 없이 주어진 귀중한 특권이다.(p224)
추억이 담긴 오래된 물건에는 각자의 과거가 담아져 있다. 그렇기에 그 과거를 버릴 때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삼일절인 오늘, 예의를 갖춰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억에 대한 적절한 마음을 가지고 버려야 하는 것이다. 새것이 좋고, 비싼 것이 좋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사는 마음』을 통해 보여주듯이 그리고 정여울 작가가 추천 글에 쓴 것처럼 진정으로 아끼는 물건들에는 함께 한 사람과의 시간과 그들과 같이 나눈 추억이 묻어 있다. 나의 손이 닿았던 반려 물건들에는 새것에는 없는 따스함의 결이 있다.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작성한 주관적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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