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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 - 조선의 마지막 소리
김해숙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2월
평점 :
『금파』 는 1902년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극장에 올라 소리판을 뒤흔든 여성 소리광대 허금파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이 책속에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간 "나는 나요. 누구의 뒤를 밟지 않고 오롯이 나로 남을 거요"라고 외치며 자신의 소리를 지켰던 한 여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북 김천 출생으로 20대에 판소리를 하기 위해 고창으로 왔고 이주할 때 이미 결혼한 유부녀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연희극장인 협률사에서 <춘향전>에서 월매 역을 맡았던 금파가 특히 '옥중가'를 잘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뿐 활동에 관한 다른 기록이 많지 않다고 작가 김해숙은 말하고 있다.
'소리광대는 주단 포목상과 같아서, 비단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비단을 주고, 무명을 달라는 사람에게는 무명을 주어야 한다'(p9)
스승 김세종으로 부터 금기를 깬 최초의 명창 진채선의 달비(댕기머리)를 받고 연회에 가라는 말을 들은 금파는 그 달비를 아궁이로 던져 넣는다.
'동리정사'로 올 때부터 남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소리'를 하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이 담긴 행동이라 여겨졌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다 버리고 간 곳이었다. 그저 '소리' 하나를 위해 걸어온 길이고 그 길을 위해 다 버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소리'가 전부였다.
'세상을 향해 가야금이 되고, 거문고가 되고, 북이 되고, 꽹과리가 되고, 징이 되고 싶었다' 말하며 세상에 울려 퍼져 천한 신분도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었던 어린 날의 산 속 시간에서도, 내 욕심 때문에 알게 모르게 상대가 피해를 보는 일이 생겼던 '동리정사'의 시간에서도, '살아야 했다. 살고 싶었다. 제대로 된 인간 허금파로 살 수만 있다면 이제 어떤 선택이든 하고 싶다'던 한성에서의 시간에서도 그녀는 '소리'를 하는 예인이고만 싶었다.
함부로 대접받는데 익숙해지면 아이는 자라서도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굽실거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그 '앎'이 무서운 것임을 배워갔다.그렇게 그 안다는 생각으로부터가 오만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는 것과 세상에는 알아야 되는 일이 있고 숨겨야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배우며 살아야 하는 그녀의 삶은 서러움의 연속이였다.
멸시와 조롱이 일상이 되는 생활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고 싶었던 금파가 사람과 소리 중에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소리'를 고를 예인이었다.
금파의 남자이고 싶었던 승윤이 소리의 길을 버리고 모두를 위해서라도 살고 싶어졌다. 살기 위해 죽은 척을 해야 하고, 죽기 위해 살아야 겠다며 햇살이 반짝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어디를 가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갈 곳을 정하지 못한 그의 발걸음은 곧장 아버지가 기다리는 고창 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빗물처럼 세상에 흘러다녔다.
그리고 금파를 사랑했으나 그녀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분노가 그녀를 옭아매면서 금파는 무대를 잃었으나 '무대'를 얻었고, 무대를 얻었으나 사람을 잃으며 '무대가 없으면 무대를 만들면 된다'는 그녀의 소신대로 삶을 이어간다.
자신이 서는 곳을 무대로 만들어 내면서 시절인연처럼 사라졌던 인연들과 함께 가혹하고 서럽던 시절을 버리고 홀가분하게 '우리 것은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면 된다' 던 스승의 말씀처럼 자신의 생을 만들어 나간다.
읽어내려 가다보면 그녀가 부르는 <춘향가>의 '이별가'와 '쑥대머리' 그리고 '월매가'가 들어보고 싶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소리꾼 금파의 소리, 스승 김세종이 '나비가 나비인 듯하기도 하고 아닌듯하기도 하다. 마치 꿈을 꾸듯, 귀신을 만난 듯 사람을 홀리는 소리' 라고 했던 예인의 인생이 담긴 '쑥대머리'가 듣고 싶다.
[다산책방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작성한 주관적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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