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한옥집 -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ㅣ 안녕, 시리즈 1
임수진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받고 읽어 나가면서 작가에게 지붕곱던 한옥집이 얼마나 애뜻하고 그리운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추천사를 쓴 나태주시인의 글처럼 흐려졌기에 더욱 선명한 것이 되었고 잊혀진 것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 것이 된 한옥집은 임수진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아름답고 따뜻한 추억의 세상이 되어 우리곁으로 왔다. 

책을 받아보기 전 생각하고 상상만 하던 한옥집과 동네를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서 '아, 이런 곳이구나. 드디어 나도 이 집에 왔구나' 하고 마음이 놓이게 만드는 '안녕, 나의 한옥집-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는 
1 한옥집과 나-한옥집의 세계로
2 한옥집과 사람들-한옥집은 그네들과 함께
                              꾸던 꿈이다.
3 한옥집과 공주 이야기-한옥집을 나와 
                                      거리에 서다          
4 한옥과 집-한옥집이 써 내려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처음, 한옥집의 세계에는 도립병원 담을 끼고 와글거리는 골목을 끝까지 달려가 청동 손잡이가 달린 갈색대문을 열면 다정한 담벼락이 있는 그 집에 할머니가 계시고, 오줌싸배기의 처절한 투쟁을 일으키게 만든 뒷간과 유치를 삼키게 만든 무시무시한 할머니의 무명실이 있고, 똥사배기의 놀림과 완전범죄를 꿈꾸게 하는 사진기와 상처만 남긴 독일약의 아픔과 초코파이 한개와 흰우유에 담긴 미안함과 솥뚜껑 라면의 뜨거움 그리고 다람쥐가 떠나며 남긴 백숙과 피아노를 뺏어간 검둥이 그리고 꼬리가 길어 다친 아이가 악필로 받지 못한 선물과 불꽃이 만들어 낸 밤호수가 기다리고 있고
 
그 밤하늘이 지금도 때때로 그리운 건,
기억인지 상상인지 분간되지 않는
그날의 밤호수가 그리운건,
토끼가 살고 있는 달로부터 너무 많이 도망 와버린
내 나이 마흔 자락인 때문일까. p109

두번째 그네들과 함께 꾸던 꿈에서는 할머니방에 안계시는 할머니와 그곳에서 40년을 살았던 산 소년 아빠와 오토바이를 타는 엄마, 왕촌 살던 복렬언니, 새싹처럼 목련꽃처럼 자란 세자매, 칠갑산에서 만난 미래의 남편, 삶을 이어가는 사랑채사람들과 공주 이인면 오실 양지바른 산중턱에 함께 누워 계신 금슬 좋은 부부이야기가 있으며 

그들의 부모가, 조부모가, 조부모의 부모가 언젠가 스쳐가고 머물렀던 공주 골목 끝 한옥집의 기억을 세월에 품고, 이야기들은 시간 속에 흘러가고 그렇게 삶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p156

세번째 한옥집을 나와 거리에 선 이야기에는 한옥집 주위에 있는 도립병원과 중앙서림, 마리아수예점, 동네카페Hope과 난초다방, 멧돼지집, 빨간집, 아트박스와 바른손팬시, 백제의 수도 공주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거리이며 야경이 아름다운 감성충만한 제민천, 공주제일교회에 얽힌 얘기들이 있으며 

세월이 지나도 변하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변한 것은 그 다리를 오가는 우리가 그곳에 없다는 것.
(중략)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함없이 대통다리 밑을 흐르고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제민천의 물줄기.
그 냇물이 전하는 소박한 삶의 이야기들. p224

마지막으로 한옥집이 써 내려간 이야기에서는 할아버지가 2년여에 걸쳐 정성스레 지은 집의 생애와 마당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계절과 미국의 싱크대 가운데 자리에 모셔놓고 싶은 식초병과 -땅이 주었던 충만함과 행복으로 인하여 상실은 슬픔이 아닌 그리움으로 남았음을. 소멸은 아픈이 아닌 추억으로 존재하게 됨p258-을 알게 해준 남새밭과 벽돌집에 대한 일들과 할머니표 잔치국수와  나무위에서의 작은아씨들과 지금까지도 버티며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는 집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이제 책 속의 한옥집은 작가의 가족들과는 인연이 끊어졌지만 여전히 한옥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다.

나와 옛 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생명을 갖고 그리움의 색을 입기를 바란다. 사라진 옛집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아 있기를 소망한다. 또한 나의 옛집이 지금 그 집에서 사는 이들과 함께 그의 새로운 생의 주기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고 있기를 소망한다. p239

한옥집으로 유년의 우리가 사랑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행복한 마음을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램처럼 책을 읽고 나니 어린시절 우리집이 떠올랐다. 바다가 보이는 정원이 있는 이층 양옥집, 외할머니의 방앗간이 되어주었던 그 집을 추억하게 만드는 임수진 작가의 '안녕, 나의 한옥집'은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자신이 자란 집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 집에서 생겨난 추억을 되새기게 만들 것이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추억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의 추억을 함께 할 자매들이 있다는것 또한 고맙고 행복한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기억 속의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 많은 이들과 함께 가장 따뜻하고 밝은 시기를 거치고, 사랑하던 사람들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쇠퇴하고 소멸하여 생의 한 주기를 마감하는 '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마워~안녕, 나의 한옥집.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작성한 주관적 포스팅입니다.]

그 골목길 끝에 한옥집 대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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