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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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국 영화사 최초의 아동 영화이자, 제1회 조선총독부 주최 글짓기 경연대회에서 학무국장상을 수상한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수업료』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아이들의 글짓기 작품을 소개하기에 앞서, 해당 시기의 사회·문화·역사적 배경을 함께 제시하는데, 특히 1930년대 이후 일본의 상황과 병치하여 조선의 현실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불어 아이들이 쓴 글 가운데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갖는 일반적인 선입견과 상충되는 내용도 적지 않아 흥미를 자아낸다.

‘수업료’라는 제목의 글이 학무국장상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당시 일본 식민 통치 기구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 성과로서, 내선일체 이념에 입각해 조선인들이 일본의 교육 제도 안으로 편입되기를 바랐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일본 식민지 교육 정책의 성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식민 통치 기구가 전면에 내세운 글에는 필연적으로 당대의 담론과 의도가 투영되기 마련이기에, 아이들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글 속에서 드러나는 시대상을 읽어내는 과정은 신선하고도 인상적이다.

일제강점기를 학습할 때 흔히 일본은 가해자, 조선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접근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틀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도 적지 않다. 예컨대 아키타 우자쿠가 1921년에 발표한 「예술 표현으로서의 동화」에서 “어린이는 어느 국가, 어느 사회, 어느 인물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는 인간이기에 태어난 것입니다. 어린이가 인간이기 위해서는 어린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발달시켜야 합니다.”라고 언급한 어린이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교육관 역시 일본 근대 교육사상의 일부였음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근대적 가치는 양국의 충돌과 변용 속에서 형성된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복합적인 양상을 띠며, 이러한 시대의 입체성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어린이들의 일상 속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1940년 이후 조선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조선인 가정부를 고용하면서 이름 대신 ‘어머니’라고 불렀다는 사실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선의 어머니들은 일본인들에게 ‘오모니’가 되었고, 천황을 부모로 설정한 ‘하나의 가족’이라는 이념이 호칭을 통해서도 구현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조선의 여성은 피식민지인이자 사회적 약자였지만, 일본인 가정 안에서는 어머니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책 87쪽에 수록된 경성사범학교 부속 제1소학교 3학년 시마이 레이코의 글 「너무 좋은 오모니」에서 “오모니는 마음씨가 곱고 친절합니다.”라는 문장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밖에도 건강한 노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선발된 글, 근대 도시 문화를 향유하는 어린이의 글, 전쟁과 관련된 글들은 서사의 층위를 확장하며 당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어린이의 글은 의식적인 선전 도구라기보다, 당시의 사회적·문화적 담론과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추론할 수 있게 해주는 텍스트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특정 독자를 상정하지 않거나 섬세한 자기 검열이 없는 글이기에, 그 시대에 오갔던 언어와 세태가 보다 생생하게 반영되며,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오히려 글의 신뢰성이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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