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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 ㅣ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이문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5년 7월
평점 :
『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는 통일신라와 발해, 후삼국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으로 그려낸 교양서다. 이 책의 특징은 단순히 연표식으로 사건을 나열하지 않고, 당대에 전승된 설화와 구전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역사의 흐름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설총의 「화왕계」를 통해 유교적 정치 이념과 군주의 덕목을 드러내고, 수로부인 설화와 수로왕 설화의 유사성을 통해 고대 사회가 공유한 여성상과 권력 구조를 비춘다. 또한 고구려 유민이었던 이정기 일가의 흥망을 다루며, 분열과 통합의 변곡점에서 개인의 생애가 국가사와 긴밀히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홍라녀 전설, 효녀 지은과 효종랑의 이야기도 단순한 전기담을 넘어 사회적 가치관과 윤리적 규범을 반영하는 역사적 텍스트로 읽히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설화를 단순한 민간 전승이 아닌 역사와 문화를 해석하는 열쇠로 제시한다. 신화와 설화는 한 사회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자와 구분하는 방식이자, 오늘날에도 친근한 역사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청소년이나 일반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흡인력을 통해 당대의 사회상을 유추하는 방법을 활용한 것은 탁월하다. 이는 학문적 전문성을 조금 낮추더라도 독자의 공감을 얻고, 역사와 일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를 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풍부한 지도와 도표의 수록이다. 남북국 시대는 교역과 외교, 전쟁이 빈번히 얽히던 시기였는데, 저자는 이를 시각자료로 재현하여 독자들이 공간적 맥락 속에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활발한 교역로와 군사 충돌의 현장을 지도로 확인하는 과정은, 텍스트만으로는 포착하기 힘든 역사의 다층성을 드러낸다.
종합하자면, 『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는 전문 연구서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대중 역사서로서 분명한 의의를 지닌다. 설화와 구전 이야기라는 문학적 매체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고, 시각 자료를 병행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방식은 오늘날 역사 교육과도 맞닿아 있다. 역사가 단순한 과거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이 남긴 이야기와 흔적을 통해 오늘을 비추는 과정임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남북국사의 서막을 열어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