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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건축
이토 도요 지음, 이정환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의 건축을 책임져온 기성 건축가 중 한 사람인 이토 도요의 고민이
잘 느껴지는 책이었고 이토 도요가 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는지 얼마나 멋있는
건축가인지 새삼 알게해 준 책이었다.
본인의 작품의 좋고 나쁨의 과정을
이야기하기보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본질적인 고민과 질문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준다. 어쩌면 그가 이미 많은 것들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가능한
물음일지도 모르겠다.
‘나’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반짝이는 것.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현실의 건축을 깨달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컨셉 위주로만 가르치며 컨셉의 좋고
나쁨만을 평가하는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은 특히 공감이 갔다.
나 역시도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학교와는 사뭇 다른 프로젝트의
진행방식에 괴리감 같은 것을 몸소 느꼈다.
수업에서 간과하고 지나갔던 것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임을 깨달았고
학교에서 늘 해오던 프로세스를 실제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육과 현실의 차이는 반복되며
졸업하는 사람들은 매번 괴리를 느끼지만 실제 교육에서는 방식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쳇바퀴처럼 그런 패턴이 반복된다.
이토 도요는 이런 생각을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실성 떨어지는 교육에 탈피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이토건축학원을 만들었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진짜
건축의 즐거움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건축가가 그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엄지를 들게 됐다.
또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작품으로써가 아닌 진심을 담은 건축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리 삶 속에서 많은 생각의 변화는
어떤 '사건'으로부터 온다.
나는 일본의 재해가 많은 피해를
가져왔기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할 일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사건이 디자이너들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벌거숭이가 된 사람들을 앞에 두고
제안을 하고 싶다면 벌거숭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접 지진 참사지역으로가 진짜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피해지역의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모두의집’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외형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말로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기능을 담은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중에서도 정곡을 찌르는 것만
같은 몇 가지 문장이 있었다.
어느 곳에서든 재난이 발생하면 토목
전문가들에게는 이곳저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만
건축가는 그런 자리에 초대받는 일이
드물다는 것.
자신이 초대되지 못했다고 실망하거나
할 것이 아니라 표현 활동에 집착 하지 말고 사회활동에 집중하라는 말.
대부분 주택 프로젝트로 첫 작품을
시작해 무언가 짠 하고 보여 주기위해 노력하기만 할 뿐
사회와 관계 맺기를 거부 한다는 젊은
건축가들에 대한 비판.
모두 고개를 끄덕 일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했다.
몇 십년을 보고 겪고 나면 나도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건축가의 고민이 느껴지는 좋은 말들이
많아서 책을 계속 접어가면서 봤더니
책의 귀퉁이가 거의 다 접혀있다.
이 책은 특히 리뷰를 쓰기가 힘들었다. 읽는 내내 그저 한가지 생각만
맴돌뿐,
그냥 이토도요는 거장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