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를 '약한 건축'이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던 게 5년 전 쯤 이었던 것 같다.
그 때만해도 건축가 구마 겐고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재료를 잘 이용하는 건축가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건축가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고 (달라졌다기보다는 구마 겐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생겼고)
지금도 그의 책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축 도서리스트 중 하나이다.
이전 책들을 너무 재밌게 읽어 왔던
터라 이번 자서전도 기대를 잔뜩 안은 채 읽어나갔다.
(모든 책들을 처음 펼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운 것 같다.)
안그라픽스에서 주최했던 구마 겐고
강연회를 갔다 온 이후라 더욱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건축’을 다시 읽고 구마 겐고 강연에 갔다 오고, '나 건축가, 구마 겐고'를 읽고 또 작품집을 보고,
최근 한달은 나에게
진득하게 구마 겐고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나 건축가 구마
겐고’는 흥미-실망-다시 흥미-감탄이라는 기승전결을 가졌다고 할까.
건축가가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따라 중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클라이언트들의 성향을
요목조목 분석해 놓은 것은 재밌기도 했고
사고로 인해서 오른손을 잘 쓸 수
없게 되어버린 일을 오른손이 조금 불편해진 대신
사물을 대하는 다른 눈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하는 구마 겐고의 태도에 놀랍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건축가로써의 구마 겐고의 이야기도 있지만
인간적인 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성공과 건축 관이야 여느
책에서나 한번쯤은 꼭 언급되지만,
어릴 적 그는 어땠는지 어떤 부모님의
밑에서, 어떤 교육과 환경이 지금 그를 만들었는지를 얘기해주지 않는다.
마치 사석에서 그를 만나 마음속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의 작품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자연스러운 건축’과 똑같은 사진과
작품 설명은 이전 책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아쉬움이 남을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건물이
지어지기까지를 생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건축의 죽음을 생각한다는 그의 말과
대지진을 통해 건축가로써 재난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역시 구마 겐고다 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과도기에 놓인 내게 구마
겐고는 정답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다.
건축가 구마 겐고 그리고 좀 더 깊이
구마 겐고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