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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택 -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
야마모토 리켄.나카 도시하루 지음, 이정환 옮김, 박창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25년 3월
평점 :
‘탈 주택’은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2014년 ‘마음을 연결하는 집’ 이후 10여 년 만에 출간된 책이다.
건축가의 판교, 강남 프로젝트는 두 책에서 똑같이 등장하지만 ‘마음을 연결하는 집’이 건축가가 생각하는 ‘지역사회권’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들로 설명하고 있다면 ‘탈 건축’은 ‘지역사회권’의 개념이 적용된 실제 프로젝트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마음을 연결하는 집’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에서는 집 안에서 모든 것이 완결되는 폐쇄적인 주거의 형식이 과연 현재에도 유효한지에 대해 질문한다. 더불어 변하지 않는 주거 형식 속에서 자발적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며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사이 공간에 해당하는 ‘시이키’라는 공간을 제안한다.
90년대 구마모토 프로젝트부터 2013년 강남 하우징까지 총 7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되는데,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된 이 계획들이 비슷하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개방적인 공간들, 길이면서 마당이 되기도 하는 외부, 자연스럽게 잦아지는 이웃 간의 마주침. 출입구를 마주 보게 하거나 현관문이나 일부를 투명하게 하는 것. 문장들을 나열했을 때는 단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건축가는 이런 작은 변화들을 위해 행정기관과 주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것들이 쌓여 마침내 자연스럽게 운영되고 있는 지역 커뮤니티를 볼 때 건축가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했을 것이다.
야먀모토 리켄 사무소에서 함께 작업했던 건축가 나카 도시하루의 작업들은 앞서 소개된 야마모토 리켄의 프로젝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주민, 사용자, 운영자 간의 조금 더 구체적인 커뮤니티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앞에서 소개된 큰 프로젝트들은 행정과의 이야기들이 메인이 되었다면 뒤에 소개된 소규모 프로젝트는 실천적 계획이라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건축물은 건축가가 만든 테이블이다. 테이블 위에 무엇이 올라갈지는 그 공간을 사는 사람들이 만든다. 칸막이가 설치된 테이블을 만들고 함께 밥을 먹거나 이야기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적절한 크기와 쓰임을 가진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일 것이다.
핵가족이 가족 진화의 최종 형식이 아니라면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가족의 형식, 주거 형식은 무엇일까? 사실 이 의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그다음"이 아니라 핵가족을 대신하는 가족의 형식은 무엇인가, 1가구 1주택과는 다른 주거 형식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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