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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평점 :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소중함의 가치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이 그린 만화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는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불만 많고 할 말 많아 보이는 고구마는 10개는 삼킨 표정이다.
어린이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뭘 모른다는 것일까?
우선 궁금증을 자아낸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는 가벼운 만화라는 생각을 하고 읽었는데 반전 매력이 있는 만화였다.
열한 살 정훈이와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어린이들의 세계를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담았다. 그렇다고 다정한 핑크빛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잘못된 사회 모습과 어른들이 가진 잘못된 편견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도 한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에서는 필자의 어린 시절도 보이고, 불만 많았던 우리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는 소중한 것들을 주제로 귀엽게 세상을 향해 항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짝꿍, 짜장 라면, 급식, 떡볶이, 우산, 여름 방학, 강아지, 할머니, 어린이는 소중해
9개의 에피소드는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학교에서 신학기 자리 배정, 친구들과 지내는 모습, 선생님께 질문하는 모습, 선생님께 살포시 잘못을 알려주는 모습, 휴대폰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떡볶이 국물이 적어 투덜거리고, 친구 집에 놀러 가는 평범한 일상임에도 에피소드마다 시사하고자 하는 각각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편견과 차별, 불합리한 우리의 모습들을 아이답게 당차고 귀엽게 헤쳐 나간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읽었는데 읽을수록 '아차!' '그렇지'라는 깨달음과 반성을 하게 된다.
어른으로서 쉽게 하게 되는 실수까지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는 따뜻하고 단순하다. 묘한 책이다. 가볍게 무거움을 드러낼 수 있다니.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는 화자가 어린아이임에도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도 표현하고 있고, 저학년 동생에게는 언니 다운 모습을 보이려는 고학년의 모습도 보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친구를 위로하기도, 다친 강아지를 동물 병원에 데려 가고, 우산이 없는 동생에게 우산을 주고 비를 홀딱 맞고 가는 모습까지 다양한 어린이들의 마음을 담았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손주가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달라고 1인 시위를 하는 할아버지 같은 어른도 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라는 작가님 말처럼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이 더 아이답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의 정훈이는 작은 일에 투덜대고, 사소한 일로 다투더라도, 잘못을 인정하면 제대로 사과할 줄 안다. 부당한 일에 화를 내기도 하고, 필요한 것에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필자의 어릴 적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어엿해 보이고 절로 응원하게 된다.
정원 작가님의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에는 강한 반전 은 없지만 은은한 울림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만화라고 쉽게 생각하고 읽었는데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닌 어른들에게 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바라봐달라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어른이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순수함과 성장을 믿음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는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이야기책이 될 것 같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을 통해 아이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