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라비니야 지음 / 부크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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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가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지친 나를 어떻게 위로해 주는가?

필자는 종종 즉흥적 여행과 계획적 여행을 떠나는 편이다.

그곳이 가까운 곳일 수도 먼 곳일 수도 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 기차를 타고 떠나기도, 옛 기억을 그리움을 찾아, 무작정 떠난 곳에서 만나는 새로움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여행은 꼭 시간을 만들어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짧게 떠나도 여행인 것을.

단지 그 시간들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관건이다.

 

 

누구나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실천에 옮기는 사람, 시간이 되면 여행을 가겠다는 사람. 여행에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람.

여러 이유로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님은 『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에서 꾹꾹 누르며 감정을 담기보다 어디론가 떠남으로 얻게 되는 치유를 통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여유를 찾으라고 말한다.

 

『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는 제목부터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향적인 사람이 집에서 만족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실 필자는 내향적이지만 집 밖을 다니며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님이 전국을 여행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작가님의 이야기로 솔직하게 풀었다. 이야기마다 담긴 일러스트 툰은 이야기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 단순한 글로만 이루어지지 않아서 읽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필자가 쓰고 싶은 글의 양식과 닮아 있어서 더 편하게 읽은 것 같다. 필자는 여행을 다니며 눈에 담는 시선들을 사진과 그림으로 담아 그곳의 마음을 같이 표현하고 싶었다. 작가님은 여행지의 경험들을 일러스트 툰과 함께 표현하고 있어서 뭉글뭉글한 감정들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는 작가님이 다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사는 냄새를 가득 담았다. 사실 작가님이 다녀온 곳의 대부분은 다녀온 터라 읽는 동안 내심 반가웠다. 필자만의 장소별 추억들이 반겼기 때문이다. 나의 추억이 담긴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었고, 작가님의 마음이 필자의 마음처럼 닿아 읽는 내내 따뜻하게 다가왔다.

여행은 결코 멀리 가야 하거나 준비를 해야만 가는 것은 아니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삶의 여유를 잠시 즐기고 싶다면 문을 열고 가볍게 나서면 된다.

일상에서 쉼이 필요하다면 『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를 추천한다. 『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절로 문을 열고 있을 것이다.

 

전주,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심야 식당에 초대합니다

"행복이란 건 어려운 것 같은데 의외로 간단하고, 사소한 것에서 오러라고요. 지금 여기서 즐거운 사람과 나눠 마시는 이 와인처럼 말이죠."

p.83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여행의 참 맛을 느끼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기대하지 못한 즐거움에 미안해지기도 한다. 이것이 여행이 가지는 매력이 아니겠는가.

행복을 찾기 위해 늘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있는 곳에서 행복을 느끼면 된다. 멀리 있는 행복을 찾기만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이겠는가. 현재를 즐긴다면 나름의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각도를 조금 달리하면 사랑스러운 광경을 발견하거나 계절이 바뀔 즈음 미묘한 온도 변화를 알아차리는 감각이 발달한다. p.89

새벽의 산책에서 추억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이 아니겠어요

세상의 어떤 존재든 고유의 귀염성을 갖고 있다. 단지 그것을 발견해 주는 사람과 바라는 기준대로 바뀌기를 요구하는 이가 있을 뿐이다. 나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과 귀염성을 알아봐 주는 이를 만나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거나 억지로 바뀌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p.152

나만의 고유성을 알아봐 주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고유성도 알아봐 주는 능력이 필요하다. 서로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바라봐 주는 마음.

 

순천 선암사에 있는 전통차 야생 체험관에서 차를 우리며 떠올린 일화.

숙우에 식힌 물을 찻잎에 넣어 우렸다. 쓴맛 대신 신선한 잎의 향이 느껴졌다. 조금 식혀진 물로 우렸을 뿐인데 맛이 달라지다니. 차의 맛도 내면의 변화를 만드는 일도 사소한 한 끗 차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자각하면 난 좀 더 신중해진다. p.175

한 끗 차이의 힘은 강하다. 우리가 삶 속에서 선택하는 순간 또한 선택의 힘이 강하다. 쓰고 떫은 차가 아니 신선하고 은은한 차향을 느끼려면 급하지 않게 잠시의 여유가 필요하다. 한 템포의 여유.

 

제주, 그 계절의 제주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그 말이 지닌 공기가 산뜻하고 가벼웠다. 새로운 세계로 떠날 수 있는 건 어디에서든 잘 살아 낼 수 있다는 내면의 믿음이 한곳에서 얽매이지 않도록 용기를 건넸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배워야 하는 건 어디로든 떠날 용기와 망설임 없는 실행력일 것이다. 작은 시도가 쌓여 무언가를 실천할 동력을 만들고 그 힘을 통해 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다. p.213

가고 싶은 곳의 한계를 두지 말 것.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으로 향할 것. p.214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었다.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얼른 떠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떠날 수 있어야 정착도 가능하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의 여유!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가 있다. 길을 가다 마주하는 새싹을 보며, 포근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봄이 성큼 다가온다. 어느 날 변해버린 누런 들녘에서 가을이, 이르게 사라져버린 해를 보며 겨울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떠나지 않아도 문득문득 다가온 시간의 느낌을 즐길 수 있다면 일상 속 여행이 아니겠는가. 여행은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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