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등이 피었습니다 - 제45회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집 ㅣ 샘터어린이문고 74
강난희.제스 혜영.오서하 지음, 전미영 그림 / 샘터사 / 2023년 8월
평점 :
웅크린 가슴을 활짝 펴는 마음 여행
『 특등이 피었습니다 』
『 특등이 피었습니다 』는 제45회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집이다.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우리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3편 모두 따뜻한 이야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특등이 피었습니다>가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질문하기도 전에 척척 알아서 해주시던 할아버지, 궁금한 것이 많았던 8살 꼬맹이에게 만물박사님 할아버지셨다.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던 시간 밭으로 나가신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하셨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할아버지가 그리운 나에게 다시금 할아버지를 소환하게 만든 <특등이 피었습니다>이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을 담은 특등
<특등이 피었습니다>
작약이 가득 핀 마당에서 할아버지께서 손자 준이에게 작약을 설명하신다.
"작약을 '함박'이라고도 부른단다. 할아버지는 이 이름이 더 좋구나. '함박'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날 것 같단 말이지. 준이 네 생각은 어떠니?"
맞다. '함박'이라는 이름을 떠올리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크고 탐스러운 꽃송이가 내 입에 활짝 피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준이, 함박웃음을 짓는 할아버지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 할아버지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할아버지는 준이가 톡 튀어나온 등에 손자가 불편할 까 걱정이다. 하지만 준이는 툭 튀어나온 등을 통해 전해지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슬프게 느껴진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툭 튀어나온 등 때문에 이름이 아닌 ‘툭등네’라고 불린다. 하지만 준이에게 할아버지의 등은 특등이다.
“할아버지는 ‘툭등’이 아니라 ‘특등’이에요. 제게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사랑의 등’이에요.”
할아버지는 준이가 쓴 시처럼 둥둥둥글한 가슴을 가지고 살기를 바란다. 평범하게 즐기는 삶을 살라는 할아버지의 마음과 같다. 하지만 떨어지는 감꽃에 준이 마음도 툭! 툭! 떨어진다. 준이에게 특등은 세상에 하나뿐인 등이다. 준이에게 특등이 더 이쁘게 다가갈수록 준이가 할아버지의 아픔을 이해할수록 할아버지와 가까워지면서도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려왔다.
"해거리는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감나무는 스스로 모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야. 꽃을 더 떨어뜨리고, 달려 있던 감도 더 떨어뜨리면서 다음 해를 준비하는 거지. 해마다 열매를 많이 맺으려면 나무도 힘이 드니 그렇게 쉬어 가며 힘을 키우고 있는 거란다."
감나무가 사람처럼 스스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해거리. 마당에 피고 지던 감꽃이 떠올랐다. 떨어진 감꽃으로 훌륭한 허리띠를 만든 할아버지는 준이에게
"힘든 일이 있어도 기죽지 말고 당당했으면 좋겠구나. 봐라, 떨어진 꽃도 허리띠로 새로워졌잖니? 준아, 주눅 들지 말아라. 꽃처럼 말이야."
태어날 때부터 지고 태어났다는 할아버지는 온전하게 아픔을 느끼며 살아왔다. 제 이름을 두고도 툭등이로 불리는 할아버지는 무던히도 많이 울었고, 크면서는 누가 볼까 싶어
눈물만은 애써 참았지만 마음만은 지기 싫었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에게 ‘툭등네’라는 별칭은 더 아프게 느껴진다.
울어도 되는 거였어. 슬프면 슬프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할 줄 아는 게 진짜 건강한 마음이지.
할아버지의 아픔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준이의 고백.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할아버지 또한 준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준이를 위한 응원이자 당부의 말이다.
읽는 동안 그리운 할아버지가 소환되었다. 준이와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책을 덮어도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그리운 할아버지가 절로 소환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