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류 - 죽음을 뛰어넘은 디지털 클론의 시대
한스 블록.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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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인간 AI와 디지털 인간의 존엄성

나의 불멸을 원하는가?


『 두 번째 인류 』

몇 년 전 가왕 신해철, 가객 김광석을 AI로 만났다.

AI로 재탄생한 가왕 신해철이 AI DJ로 나타나 음악을 들려주고, 가객 김광석이 옥주현과 함께 생전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었다.

당시 가왕과 가객의 노래를 들으며 AI 기술에 감탄했었다.

비록 기존의 목소리와 영상들로 만들어진 모습이지만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했었다.


반면 손석희 기자의 방송을 여러 개 보여주면서 '어떤 것이 진짜 손석희 기자의 목소리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딥페이크 동영상'으로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장점과 단점이 함께 공존하기에 판단 능력이 꼭 필요하다.


3년 전 'MBC 스페셜-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엄마가 그리운 딸을 만나는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편성했었다.

비록 가상의 공간이지만 엄마가 그리운 아이를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아이를 만나면서 아이의 그리움에 대한 위안이 되겠다는 생각과 그것을 온전히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엄마는 그토록 원하는 딸을 안을 수가 없었다.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엄마의 모습은 그저 허공 속을 헤매고 있을 뿐이다. 나연이는 진짜 딸의 환영으로 보였을까? 엄마에게 그리움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까? 영상으로 만난 딸의 모습에서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켜보는 가족들의 표정에서도 다양한 감정들을 읽을 수 있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디지털 시대에 맞에 죽음에 대한 디지털 애도나 생전의 모습을 복원해 다시 만나게 하는 디지털 클론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 두 번째 인류 』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은 어떤 생각과 문제점을 인식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원론적 질문을 던진다.



무수히 많은 나의 정보들이 가상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의 정보들이 언제든 재생산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였으나 그들이 가상공간에 남긴 흔적들은 디지털 유령이 되어 가상공간을 헤매고 다닌다.

최근에는 보고 싶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언제든 볼 수 있는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클론이 탄생하고 있다.

사후에 무수히 많은 나의 정보들이 재생산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다. 주체는 사라지고 객체만 떠도는 죽은 자의 유령도시가 될 것 같은 느낌!

이제는 영혼이, 유령이 디지털 가상공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 두 번째 인류 』에서는 가상공간에서의 인간 복제와 제2의 인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도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인간이 죽은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이다.

진시황제는 왜 불로초를 찾으려 했을까?

길가메스가 불멸을 찾아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의 불멸, 영원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디지털 세계에서는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간의 영생을 디지털 사회에서는 어떻게 부활 시킬까?'라는 주제로 많은 연구와 결과물들이 도출되고 있다.

인간의 불멸을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새롭게 탄생시킨 '디지털 불멸성' 시장이 활발하게 개척 중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불멸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디지털 복제 인간(클론)으로 부활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클론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인간의 자아상에 디지털 클론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술에 의해 디지털 세상에서 영원히 사는 존재가 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사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디지털 복제인간 (클론)을 되살릴 권리는 누구에게 주어지는 것일까?

클론에 대한 권리는 유가족일까? 망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개발한 기업일까?

앱에 설치된 클론이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대체할 수 있을까? 오히려 클론과 대화를 하면서 더 쓸쓸하거나 외롭지는 않을까?

클론은 양날의 검과 같다. 그리움에 대한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판단에 대한 양면성이 크다.


『 두 번째 인류 』에서는 클론에 대한 무수히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디지털 클론을 만든 사람들이나 다른 접근법을 통해 디지털 인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을 찾아 전 세계를 다녔다. 저자는 육체와 영혼, 의식과 실재, 생명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문제 제기이다. 이 기회를 빌어 AI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 시간이었다.


죽음은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 두 번째 인류 』에서는 살아있는 동안의 무수히 많은 기록으로나마 아버지를 살려두고 싶은 마음을 반영했다.

과연 아버지는 대드봇을 보고 행복했을까? 나와 닮은 꼴을 직접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에게 중요한 기억으로 남는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내가 남기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디지털 기술이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죽은 이후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메신저를 보내고, 이메일, 사진, 문자를 보내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매달 요금을 내면 가입자가 사망 후 즉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류의 스타트업 사업을 오래가지 못했다. 디지털 서비스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없고 가상공간의 차가운 기술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불멸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문자, 소셜 포스팅, 사진, 통화 기록, 이메일 등 개인의 '소셜 데이터'를 모아 챗봇을 훈련시켰다. 고객들로부터 직접 받은 데이터들로부터 생물학적인 죽음으로부터 벗어나 디지털 세상의 삶으로 새로운 전환이 시도하고 있다. 남겨진 유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


인간과 가상공간의 클론과 사랑이 가능한가?


영화 <그녀>에서 주인공은 디지털 친구인 사만다와 항상 함께하며 모든 것을 공유한다. 일반의 연인처럼 사만다는 주인공을 가장 잘 이해하며 주인공과 늘 같은 자리에서 지켜준다. 주인공은 자신을 오롯이 이해하는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그녀>는 '과연 인간과 기계의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인간과 기계의 연애에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영화 끝부분에서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주인공과의 낭만적인 사랑이 사만다에게는 수천 명의 다른 고객과도 동시에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속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라는 사만다의 말을 통해 디지털 세상 속 사랑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


디지털 시대 죽음과 애도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사회문제


죽은 사람을 디지털 세상에서 되살리려는 노력을 정신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고인과 작별하는 장례식이나 추도식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이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 죽음을 인정하고 상실감 때문에 발생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만들어진 이터나임이나 대드봇같은 기술은 고인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여 고인이 아직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상상을 강화하고 슬픔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음으로 인한 이별에는 애도가 필요하다.

펑펑 울면서도 가상의 모습에서 만나게 되는 가족, 친구들이 모습을 통해 제대로 된 이별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디지털 영면은 현실적인 삶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말에 공감을 한다.

디지털 인간은 그리움에 대한 보상인가 가치관의 혼란인가

우리가 죽은 이후에도 나의 흔적들이 가상에서 떠돌며 영면한다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디지털의 무서움! 기계가 우리를 지켜본다!


사람들은 많은 일과 생각들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의 오류가 발생한다. 하지만 가상 공간은 '스스로 인식할 수 없지만 알고리즘은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매 순간마다 저장되고 있다. 이 글을 포스팅하는 필자에게도 이 순간의 기록은 빅테이터로 남게 된다.

빅테이터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내가 모르는, 나만 아는 나만의 정보들이 가상공간에서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과연 챗봇이나 클론은 '인간의 부활인가? 정보의 축적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인간은 어디까지 예측 가능하며 얼마나 조종 가능할까?

곧 '기계 인간'이 될 운명인가? VS 기계가 인간화될 것인가?


데이터의 전지전능함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많은 영역을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로 최적화한다는 아이디어에 대한 반론이 필요하다. 아이폰 광고처럼 누군가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정보를 모두 수집 중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어날 행동이 예상되거나 우리의 행동을 미리 제안한다. 가령 알고리즘이 관심분야의 영상, 제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사회 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디지털 공동묘지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 추모와 애도 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다.

'디지털 영혼'은 한 개인의 디지털 도플갱어와 다른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의 디지털 도플갱어가 한 네트워크 공간에서 함께 존재한다. 고인의 디지털 흔적들이 디지털 영혼의 형태로 죽은 자들의 네트워크인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계속 살아가며 관계를 형성하고 각자 변화할 수 있게 된다.

과연 디지털 공동묘지는 새로운 가능성이라 할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의(비활성화된) 계정이 산 사람들과 함께 많은 소셜 미디어에서 웹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친다.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가상의 공간에서 남아진 인간의 흔적이 을씨년스럽다.

이미 흩어진 나의 기록들을 과연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이 글을 남기면서 조심스러워진다.



가상 속 생명 연장의 꿈은 기술의 승리인가? 인간 가치의 상실인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지는 디지털 인간의 개발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재산을 잃게 된다. 바로 자유의지이다. 인간은 더 이상 깨우친 존재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정보 운반자로 전락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설정한 목표에 맞는 행동을 하는지 시스템이 감시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민주주의 세상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디지털화된 감시 국가만이 존재하게 된다. 클릭만으로도 우리의 행적이, 빅데이터들이 자신을 표출하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디지털 유산 VS 디지털 잔해



『 두 번째 인류 』는 첨단 인공지능 기술 개발로 성장한 AI와 인간다움, 인간의 불멸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했다.

인간의 불멸을 ‘디지털 클론’을 디지털 세상에 살려놓기에 이르렀다. 비록 생물학적 육체는 사라졌지만 기술을 통해 영혼은 가상공간에 남게 되는 것이다.

『 두 번째 인류 』는 디지털 인간을 접하게 되는 독자들에게 디지털 세계에서의 인간의 삶과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 디지털 인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통해 미래사회에 대한 생각과 대비를 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진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의식의 통찰 과정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바뀔지 질문을 던진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도서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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