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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난 예술이 엄청 고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가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꼭 양복을 입고 봐야 하는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 노인,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미술, 클래식 음악, 전시, 예술을 따로 분리하고 싶지 않다
전시는 전시고, 클래식 음악은 음악이고 미술은 미술이야!
이건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겐 안 통한다
예술은 내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그림을 보고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앞에 하루 종일 서있기도 한다
난 그래서 조용한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좋아한다
내가 본 그 작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시 자체가 적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
유명 전시회는 사람들이 생각할 시간 없이 공장에 만들어지는 물건들이 벨트를 타고 이동하듯 움직이며 봐야 한다
난 클래식 음악에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수많은 음악회를 따라갔었고,
대부분의 음악회가 초대를 받고 간 거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건 음악회를 보러 가는 날엔
구두 명가 금강제화의 어린이 구두를 신고 갔었다 어릴 때 형편이 좋지 않았는데도 부모님은 내게 구두를 신기고 싶었나 보다 신발이 딱딱하고 불편했지만 어른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어릴 땐 왜 음악회는 밤에만 할까 하는 귀여운 생각도 했었다)
물론 음악회 가서 잘 때가 많았지만
그렇게라도 클래식에 친해지게 하고 싶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
그럼 미술은 어떨까
내 생각에 누나가 예술적으로 소질이 있었다
피아노를 잘 치고, 바이올린을 잘 켰고, 그림도 잘 그렸다
상도 많이 받아왔다
나와는 정 반대인 그런 누나를 보며 악기를 어떻게 저렇게 잘 다루고, 그림을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지? 내가 그리면 항상 사람은 졸라맨인데 하며 신기해하며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
1년에 두세 번 정도 서울에 있는 미술관, 전시회를 다녔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다 굳이 따지면 친구가 좋아했던 팀 버튼 정도?
그냥 그렇게 돌아다녔고 재밌었다 이 정도만 기억난다
내가 이 책을 소개하고 싶은 이유가 이거다
내가 그때 다녔던 미술관과 전시회는 대부분 killing time 용으로 갔거나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갔다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미술관들이 있는데 그걸 모르고
그렇게 시간만 보냈던 것 같아서 아쉽다
물론 그때 당시엔 기분이 좋았지만 작품 하나 기억 못 하고 있다
그 시간이 아깝다기 보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만
이런 책이 있었다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소개할 책은
[미술관 읽는 시간 - 정우철] 쌤앤파커스 이다
작가는 영화를 전공하고 관련 일을 하다 미술이 좋아서 도슨트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미술관들과 위대한 우리 화가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미술관을 들어갔다 미술관을 나오는 느낌으로 구성돼있다
이 책을 읽기 전
난 솔직히 우리나라 화가에 대해 잘 몰랐다
내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기에
나의 미술은 중학교에서 멈췄고
중학교 때 배웠던 미술 지식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넘어갈 때 한국 고등 교육에 대한 감정과 함께 태평양에 떨어뜨렸다
굳이 생각나는 화가를 말하자면 드라마에 주로 등장했던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 님이 열연을 했었다
그리고 TV에 작품 가격으로 자주 화제가 됐던 이중섭 화가 정도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 화가와 작품에 무지했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책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미술 관련된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해서 서평을 신청한 거였는데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이랬다
"와, 이게 책이야 미술품이야"
시계로 표현하자면 스켈레톤 시계라고 해야 할까
우리가 생각하는 책은 표지로 잘 감싸진 책이지만
이 책은 옆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이렇게 생긴 데엔 디자인적인 완성도 말고도 또 다른 장점이 있는데
보통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책을 읽을 때 서서 읽는다면 한 손으론 손잡이를 잡고, 한 손으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엔 괜찮지만 뒤로 갈수록 한 손으로 지탱하며 넘기기 어려운데
이 책은 옆면이 스켈레톤 디자인처럼 드러나있기에
책이 양쪽으로 아주 쉽게 잘 펴져서 한 손으로 읽기 정말 편했다
올해 한 손으로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책 상을 준다면 이 책에게 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편했다
책은 7개의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환기 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3.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4. 이중섭 미술관
5.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6.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
7. 이응노미술관
내용의 구성이 좋았다
나처럼 어느 미술관이 좋은지 모르는 사람은 초록창에 우리나라 가볼 만한 미술관이라고 검색했을 텐데
그런 검색은 대부분 유명도와 인기를 따지지만
난 실제로 미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게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이 좋은 것이다
인터넷의 글들은 삭제하면 끝이지만
책은 한 번 출간되면 절판될 때까지 계속 남아있기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이렇게 책에 나온 미술관들이 더 신뢰가 간다
책 안으로 들어가면
미술관에 들어가며
꼭 봐야 할 작품
화가에 대한 설명
이렇게 구성을 간략하게 소개할 수 있는데
미술관을 방문했을 당시 작가의 느낌이나 지식들이 담겨있기에
실제로 내가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 같은 설렘을 느꼈고
책을 읽으며 화가에 관한 설명과 사진으로 담긴 작품들을 볼 때마다
가서 실제로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 현시대 IT 최고 회사인 애플, 삼성 제품들을 좋아하고 사용하지만
아날로그도 좋아한다
그래서 애플 워치를 착용하지만 아날로그시계도 착용한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서 읽고 있지만
아직도 종이책을 구매하는 이유는
아무리 e북 리더기들이 좋아졌고, 종이책보다 편하다고
종이책의 그 질감, 넘길 때의 느낌을 따라갈 수 없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미래는 가상현실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데
현재 내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더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래에는 이런 미술 작품들도 당연히 집에서 가상현실로 편하게 볼 수 있겠지만
아날로그 적으로 내가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미술관 근처의 풍경들을 느끼며 미술관 입구 앞에 서서 들어가기 전 설렘, 나오면서 느끼는 아쉬움 등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추억이 되는 건데
집에서 배를 벅벅 긁으며
오늘은 '모나리자'나 봐볼까? 하며 이렇게 미술품을 보게 된다면
남는 것도 없고 작품에 대한 감정도 없을 것 같아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들에게는 가상현실이 너무 좋겠지만
움직일 수 있는 비장애인도 편리함을 추구하기에
가상현실이 널리 퍼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이동해서 작품을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미래가 오기 전에
난 걸어가서 봐야지
그렇게 책을 다 읽으면 마지막 챕터가
'나가며'
ㅇㅣ다
이 챕터엔
미술관에 가기 위한 준비들
전시 직전에 살필 것들
사람이 없을 때 도슨트를 듣고 싶다면
관람 시작부터 출구로 나오기까지
알아둬야 할 미술관 에티켓
수줍은 마음으로 전하는 도슨트의 진심
으로 미술관을 나오게 된다
여기까지 내 서평을 봤다면 궁금한 걸 느낄 수도 있다
사진을 보면 책 제목이 [미술관 읽는 시간 - 정우철]인데
왜 서평 제목을 [미술관을 걷는 시간]이라고 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미술관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쌤앤파커스에서 책 제목 3가지 중 하나를 골라달라는 설문을 했을 때
난 [미술관 읽는 시간] 을 선택했지만 의견으로 [미술관을 걷는 시간] 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개인적으론 둘 다 좋다
이 책을 읽으면 미술관을 걸으며 미술관을 읽고 있기에
이런 책은 e북보다는 종이책으로 사서 보길 권한다
오늘 같은 주말
서점에 가서 서점의 향기를 느끼며
책을 만져보며
마음 편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미술관 읽는 시간] 을 읽으러 가는 [서점 가는 시간]을 내어보길 바라며
당신의 하루가 평온하기를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만 제공받은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