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익환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5
김형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한 인물의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초창기의 일화나 성장기의 투쟁 아니면 마지막의 화려한 불꽃으로 마무리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클래식과 같이 두고두고 묵혀서 장맛이 나는 그 때가 되어서야 인정을 받는 것일까. 주변의 같이 어울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평가가 이루어 지지만 한시대에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면 그 인물의 일대기를 읽고 나서야 전체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답변이 맞지 않을 까 생각에 문익환평전에 손이 갔다. 이름이 나기 시작한 것이 방북활동으로 시끌법석이 되서야니 친북활동가로서의 과격한 이미지가 최소한 나에게는 그의 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한시대가 아니라 한 때의 조망으로만 평가되어진 것이라면 당연히 바꾸어야 하지 않을 까. 이것이 이 책을 선택한 동기인데 처음장부터 저자의 만만찮은 논리와 의식의 흐름을 접하면서 서서히 그의 말마따나 역사속의 개인을 보는 나의 안목도 바뀌어 갔다. 거창하게 20세기의 거함과 21세기의 래함을 말하기 전에 하나의 획을 긋는 시대의 전환점에 한 족적을 남기고 간 인물의 체험을 나눠보는 것이야 말로 겨우 한번씩 밖에는 체험해 보지 못하는 인간의 미약함에 무게를 더하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에 결코 인류가 한세기동안에 겪을 수 없는 기절하리 만치 수많은 대단한 사건들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졌었고 한국도 그 소용돌이 속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우리는 근대와 현대를 거치며 해방과 분단의 아픔을 거쳐 통일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으며 그 해결의 중심에 문익환이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문익환의 외부에 알려진 활동기간은 1976년 3.1구국선언으로부터 1994년 1월 서거할 때까지 감옥수감기간을 제외하고 치면 겨우 1,100일 정도의 나날에 청년처럼 가슴이 뜨거운 열정의 인간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천번을 만나도 스쳐가는 사람이 있고 한번을 만나도 심장에 남는 사람이 있다는 노랫말처럼 그가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어 지는 것은 남들처럼 명예나 지위에 대한 것 때문이 아니라 오직 민중사랑에 대한 그의 열정 때문인 것이다. 이책이 단순히 문익환이 살고 겪었던 나날들에 대한 전기가 아니고 평전의 형태를 띄는 것은 그러한 열정이 남다르고 우리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맞이한 21세기에는 결단코 이루어져야 만 하는 통일에 대한 희망과 그 방법이 20세기에 그가 남긴 족적을 되돌아 보면서 그 답을 찿아보는 것 처럼 의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출판사의 역사인물찾기 15편이 나오는 중에 한국인의 평전이 2편을 차지하고 그중의 한사람이 문익환이 되었을 것이다.
늦봄 문익환!
어떠한 어려움 속 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사랑과 꿈을 보여 준 그이기에 시대사의 인물로서의 큰 점을 알았다기 보다는 그가 남긴 찰나의 가치는 우리 민족에게 큰 족적이었음을 저자와 같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가장 큰 소득이었으며 곳곳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저자의 한국적 사고의 오리지널리티에 동시대인으로서 전폭적인 지지와 동감을 보내기에 그 때마다 저자약력을 들쳐보곤 했음을 고백한다.
저자가 이 글을 쓰는 데 들인 노력과 정성에 다시 한번 이 책의 소중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