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몇해 전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기도요망.고대의대졸업생 안수현,유행성출혈열로 육군병원 중환자실 입원중"

이후 몇 개의 기도문자가 더 왔지만, 모르는 분이었기에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안수현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문자와 글이 제게 전해졌습니다.

당시 저는 선생님의 얼굴도 모르고, 그 분이 어떤 분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젊은 영혼을 먼저 하나님나라로 보내는 것 정도로 생각했죠.

 

 

2.

모임에서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선정해서 읽습니다.

장르를 따지지 않고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정하지요.

팀의 막내 우수가 골라온 책이 "그 청년 바보의사"였습니다. 생각없이 있던차에 간단한 책소개를 들었습니다.

"안수현이라고하는 젊은 의사가 군대에 있을때 죽었는데, 그 사람이 쓴 일기나 기고문들을 모아놓은 에세이집"이라는 겁니다.

안수현.....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갑작스레 이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3년전 함께 기도하자고하고 염려하던 바로 그 청년이었습니다.

알고보니 CMF에서는 "안수현 선생님 추도기간"을 정해서 그분을 추도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더군요.

이게 왠일. 얼굴도 모르는 그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3.

책은 두껍지 않았습니다. 분주한 일들 때문에 미뤄두었는데, 읽기 시작한지 4시간 만에 책을 다 읽어버렸습니다.

너무나 좋아서 줄을 치면서 읽었는데도 말이죠.

그 청년의 글과 순수한 마음이 얼마나 제 마음에 와닿던지...

몇년 만에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환자를 너무나 사랑했고,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바로 그 청년의 이야기가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4.

비록 이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책을 보며 그 사랑을 배우게 된것이 너무 고마워서 다섯권사서 누군가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한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섬에서 함께 공보의 생활을 할 때, "이 친구라면 정말 좋은 의사가 될 것이야."라는 생각을 늘 해왔던 녀석입니다.

책을 선물해주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더군요. 아마 병원일로 많이 바빴나봅니다.

자정쯤 되어 그 친구가 전화가 걸어왔더군요.

그런데 친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제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겁니다. 만난 것도 아니고 단지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재성아, 너 '그 청년 바보의사'라는 책 읽어봤니?"

"응. 난 울면서 그 책읽었다."

"야~ 너도 읽었구나. 너한테 선물해주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난 벌써 10권이나 사서 선물했는걸..^^;"

 

5권 사서 그 친구 주고 싶었는데, 이미 10권이나 사서 선물했다는 그 말에..다시금 안수현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좋은 책을 보면 남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서 한켠에 목록을 작성해 때마다 전해주었다는 그 분..

 

5.

이 시대의 진정한 의료인은 어떤 모습일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의료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이 시대에 이 같은 의사라면 존경받아도 되지 않을까..

나는 어떤 의료인인가..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의 의료인으로 서있을까..

제가 많은 생각들과 고민들을 하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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