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공지영은 낯선이에게 전화한통을 받고 불현듯 한달쯤 유럽의 수도원을 방문하기를 권한다. 묘하게도 그 전화를 받기 하루전날 친구와 만난자리에서 하느님이 소원을 다 들어줄 테니 뭐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유럽의 수도원에 가서 한 달만 쉬었다 오겠다 말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당장 오늘이 된 것이었다. 18년동안이나 냉담자의 길을 걸어왔고 1년 전이라면 하느님, 교회라는 말만 들어도 눈살을 찌푸리곤 했을 그녀인데 지금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그곳에 가고 싶어 짐을 꾸린다.

파리에 도착한 그녀는 신부님의 도움으로 아르정탱에 있는 베네딕트 여자 봉쇄수도원에 먼저 방문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의 하나이며 신자석과 수녀님들 사이에는 커다란 창살이 쳐 있고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며 미사를 시작한다. 봉쇄수도원의 음울한 창살과는 반대로 수녀님의 얼굴은 밝음 그 자체였다. 그러나 너무 일률적으로 좋아죽겠다는 얼굴이 아니었기에 내심 안도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녀는 1년 전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은 후 영성체를 하지 못했기에 여기서 18년만의 영성체를 하게 된다.

고해소 앞에 서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 문앞에 마냥 서서 무슨말을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리곤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말 내가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말이 잘 안나오고 눈물만 흐르는 것이다. 작가가 표현한것처럼 무슨 이상한 요술 스프레이를 뿌려 놓은 것처럼 눈물이 펑펑 나온다. 그리곤 고해소에서 나오면 이상하게 다시 맨숭맨숭해지며서 진정이 된다.

그렇게 보속을 받은 후 그녀는 다른 수도원을 찾아 떠난다. 한달동안 유럽의 많은 수도원을 찾아헤멘다. 그림엽서에서나 볼 듯한 아름다운 길을 지나기도 하며 수도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박하지만 신선한 음식도 맛본다. 하지만 그녀가 여정을 끝낸 후 눈으로 보아왔던 아름다운 것들보다는 길거리에선 기차안에서든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함께했던 기억이다. 얼굴도 낯설고 언어도 통하지 않은 이에게서 받음 대접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련지..

 한때는 하느님을 원망하며 뒤돌아섰던 냉담의 시기가 있었고 지금은 새로운 마음으로 영성체를 모시며 다시 하느님을 받아들어 수도원기행까지 하면서 기행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그녀로 인해 화해하는 모습을 본 후 그녀는 하느님이 왜 자신을 만들었는지 왜 인간을 만들었는지 ... 사춘기 소녀시절 뭐하러 사람을 지었느냐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자신을 미워하며 헤매어 다니던 시절에 대한 물음을 그렇게 오랫동안 헤매고 다닌 후 이제야 알게 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을 읽으면서 난 그녀가 천주교 신자인줄 알았다. 그것도 독실한.. 하지만 그녀도 흔히 천주교 신자라면 겪을 냉담의 시간을 가졌고 다소 그 시간이 길긴 했지만 다시 하느님의 존재를 확인하고 난 뒤 그렇게 또 좋은 글을 적지 않았나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우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하는 곳곳에 불만 아닌 불만이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따뜻하지 않음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책은 2001년에 쓴글이니깐 고해성사후 그녀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겠지라고 믿는다. 제목을 본 후 어렵겠지라고 생각하고 읽었지만 정말 술술 흘러가는 기행내용에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또 또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생긴다~~

팔레스타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던 이에게 하느님은 ‘얘야, 내가 그래서 너를 만든거란다...’라고 응답을 주셨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 그래 그 사람도 이런 이런 사정이 있었어, 그러니 나한테 잘못했을 거야.” 이렇게 말하는 것은 값싼 용서이고, “나는 그 사람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 사람을 용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라는게 진짜 용서라고.  [상처와 용서]

"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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