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어지는 그림 책~~

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1월

한때 미술학원을 다니며 미술가의 꿈을 꾼적이 있다. 마냥 좋아서 시작했고 끝이 되버리기도 했다. 요즘 이것 저것 손에 잡히는 데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미술쪽에 책도 잡혔다. 제목이 쉬워보여서 미술과 친해지는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여행을 하면 꼭 박물관을 들르게 된다. 거기서 우리는 위대한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가이드가 없다면 이건 누구의 작품이고 저건 누구의 작품이고 그냥 눈도장만 찍고 가기 쉽상이다.

가이드가 있다해도 누구의 그림이고 그림에서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사람은 누구이며 일일이 설명을 해주지만 그건 잠시 그때 머리속에 들어올 뿐이다. 마음속으로 그 그림을 공감하며 보기란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심리, 문화, 역사적 배경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림을 안내하는 사람의 틀에 박힌 설명은 항상 비슷하다. 그럼 그것이 그림을 보는 법의 정답일까? NO!!~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각각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는 시각에 따라 하나의 미술작품이 여러다른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이 책에선 보여준다. 

사람의 모습을 그릴 때 화가들은 일단 그 사람의 행동과 움직임의 특징을 파악한다고 한다. 그리고 얼굴 모습 중에 눈과 입 모양에 주목한다. 하지만 화가가 가진 평소 습관이나 기질이 무의식 중에 드러나는 것은 이런 중요한 부분들이 아니라 귀나 손 혹은 손톱을 그릴 때 드러난다. 그리하여 감정사들은 그러한 것을 보고 작가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한 단초로 삼는다고 한다.

익명의 작품을 보고 작가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는데 사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직관' 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가만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일단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인상이 화가의 특징을 기억에 입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며 그러려면 그 화가의 이상적 작품을 택해 짧게 여러번 보는게 좋다고 한다.

[한 그림을 6초 동안 열 번 처다보는게, 계속해서 1분 동안 바라보는 것보다 낫다. 한 그림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는 건 초보자나 하는 짓이라는 거다. 이렇게 짧게 여러번 보는 식으로, 그림을 식별하는 눈을 훈련시킬 수 있으며 이렇게 훈련된 사람은 하나의 그림을 보고 직관적으로 "이건 아무개의 그림이야"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중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고 해도 보아주고 불러주는 이가 없으면 그저 하나의 식물이 될 뿐이다. 작품의 의미는 처음부터 고정된 것이 아니며 보는이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그저 그림을 쉽게 천천히 보면 된다는 것이다.

자화상이 인상적이며 여성은 누드를 그릴 수 없다는 금기를 끼고 22세 때 펜 스케치로 누드를 최초로 그린 안젤리카 카우프만..

불행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영위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갈증에 목말라 홀연히 짐을 싸서 파리로 향한 뒤 석 달 넘게 외딴 방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다가 몸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그림속의 그녀는 임산부처럼 배가 부른 상태다. 그림을 그린 후 자신의 옛이름인 파울라 베커의 이니셜을 따서 사인을 한 파울라 모더존 베커.. 자신이 임신부도 아니면서 임신부의 몸으로 표현했던건 창조하는 존재로서의 자기 표현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림을 그린 후 다시 가족에게 오고 바라던 데로 임신을 했지만 아기를 낳고 얼마되지 않아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끝나지 않은 파티장을 떠나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말은 "유감스럽군."

현대미술에서 관람자를 작품에 등장시켜 관람자의 참여 없이는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 백남준의 흑백 모니터... 그렇게 현대미술에 올수록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퍼포먼스가 되어버린다.

고정관념을 버릴 때 잃어버린 감각이 살아난다. 피카소의 <비뇽의 처녀들> 같은경우 무관심 속에 있다가 30~40년이 지난 후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