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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멀 - 폭발적 성과를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
주언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비교급 사회에서 천재는 선망의 대상이다. ‘남다른 능력이 내게 있다면…’이란 상상을 이따금씩 한다. 그들의 천재적 면모를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부에 관해서 지름길을 택하고 싶은 열풍도 마찬가지다. 경제 전문 유튜브로 이름을 날린 구 신사임당(주언규 PD)의 새로운 책이 눈길을 끈다.

나 빼고 다 '능력자'처럼 느껴진다면...출처=픽스히어
주언규 저자는 신사임당 채널을 운영하는 동안 경제적 자유를 이룬 이들을 수없이 인터뷰했다. ‘부자들은 무언가 다를 거야’라는 그의 기대와 달리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영웅적인 면모를 발견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을 만날수록 ‘큰돈을 번 사람들은 천재적이고 분명 특별한 면이 있다’라는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주언규 저자는 “그간 사업을 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특별한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의 영역’에 있음을 발견했다”면서 “이 영역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목표는 대체로 ‘평범한 가운데 뛰어난 상태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슈퍼노멀은 정규 분포에서 조금 앞선 사람들이다. 출처=본문
슈퍼노멀이란?
월에 수천만 원을 벌어들이며 수십억 원의 자산을 쌓은 사람들이 지하철 한두 칸에 한 명씩은 있디. 그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상식을 벗어난 천재도 아니다. 우리와 동일한 평범함의 범주 안에 있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앞서 나가는 사람들. 책에는 이들을 슈퍼노멀이라고 부른다. 책에 따르면 슈퍼노멀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거나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저자가 정립한 슈퍼노멀 프로세스는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것이다.
주 저자는 “내가 만난 슈퍼노멀 중 단지 운 만 좋아서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그들의 성공 뒤에는 실력을 쌓기 위해 포기를 모르고 부단히 학습했던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만난 슈퍼노멀들에 대해 “그들은 미래의 환경이나 통제할 수 없는 ‘확률의 영역’에 대해서는 언제나 겸손했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실력의 영역’에 대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과 실행력을 갖추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과 확률의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슈퍼노멀의 요소를 깨달은 것이 분명했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질문한다.
"(정말) 평범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30대의 나이에 100억 원대의 자산을 쌓았고 180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을 키워 20억 원에 매각했으며 지금은 매달 걱정 없이 살 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이뤘다. 그가 부자가 된 비결은 바로 슈퍼노멀 프로세스다.

<제로투원>의 저자 피터 틸이 국내에서 강연했다. 출처=한국경제
제로 투 원(Zero to One)
‘제로투원(ZERO to ONE)은 세계 최대 전자결재시스템 회사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이자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이 2014년 쓴 책으로 “제로(Zero) 베이스에서 (창업 등과 같은) 유일한 원(One, 하나)을 창조하라"라는 주제로 수직적 진보(기술)를 주장했다. 기업가들에게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라는 메시지로 알려져 있다.
저자가 처음 부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바로 제로투원 책에서 시작됐다고 여러 번 인터뷰한 바 있다. 저자는 제로투원의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사업에 거듭 적용해 슈퍼노멀 반열에 선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당장의 결과만 보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도 신사임당 채널을 매각 후 유튜브 채널을 새로 개설하고 영상 5개 정도를 올렸을 때 대부분 1~2천 뷰에 그쳤다. 3주가 지났지만 구독자 수는 처음과 비교해 딱 14명 늘자 직원들은 실망한 눈빛을 비췄지만 그는 과정(프로세스)에 집중했단다.
얼마 후 제작한 영상이 10만 회를 넘어서면서 직원들의 걱정과 염려는 끝이 났다. 한번 시도해 보고 절망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여러 번 시도한다면 분명 반복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슈퍼노멀들을 지켜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반복해서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주언규
160만 원 인생에서 100억 원 인생으로
저자의 직업이 경제 방송사 PD였고 당시 월급이 160만 원이라는 것은 이제 모르는 이가 없을 듯하다. 그가 퇴사한 진짜 이유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생이 더 나아질 리 없다는 패배 의식이 가득한 직장과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이 무참히 짓밟혔기 때문이다. 미래가 밝지 않으니 그곳에서 절망을 본 것이다.
“승진하려면 기자로 왔어야 한다”면서 “오버하지 말고 적당히 해라”라는 선배 동료의 핀잔에서 그의 심장을 천천히 베고 지나가는 칼날을 느끼지 않았을까. 타 방송에서는 적은 월급(160만 원)을 언급했지만 주언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말 못 할 본심을 전하고 있다.

모방 전략을 그만이 구사했을까? 출처=픽사베이
유튜브 모방 논란도 그렇다. 사건은 지난 2월 과학 전문 유튜버 리뷰엉이가 또 다른 유튜버 우주고양이 김춘삼(이하 김춘삼)이 자신의 영상을 도둑질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비난의 화살이 저자에게로 향했다. 김춘삼의 영상 제작 방법은 주언규의 특정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불똥이 그에게 튄 것이다. 논란이 발생하자 주언규 저자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죄송하다. 리뷰엉이님을 비롯한 과학 유튜버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머리 숙였다. 본 책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바로 모방 전략이다.

과거 중국 브랜드의 노골적인 따라 하기 사례. 출처=아주경제
모방과 베끼기, 그리고 차별화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골적인 베끼기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외 유명 차들을 그대로 베낀 흔적이 중국 내 모터쇼를 통해 공개되자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은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이런 류의 행태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모방하며 실력은 쌓은 결과 오늘날 중국의 전기차들은 괄목상대할 수준에 이르렀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중국차 브랜드는 디자인뿐 아니라 전기차의 핵심 기술력까지 선보여 눈길을 끈다. 자동차 전문 유튜버 모카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열린 상하이 오토쇼에서는 베끼기 일색이던 중국 전기차의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다.

샤오펑 G9의 내부. 출처=김한용의 모카 캡처
샤오펑 G9은 한번에 1,100km 주행이 가능하고 가격이 7,000만 원이라 두 눈을 놀라게 했다. 전기차의 혁신을 계기판의 변화에서도 드러냈다. 가로로만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큰 인치를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정보는 운전대 안쪽에 작게 만들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 시인성을 높였다.
운송 수단의 기능은 파워 트레인의 변화로 상향 평준화됐으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거주공간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뒷자리에 승객을 위한 디스플레이도 달려있지만 가격은 1억 원도 하지 않는 것이다. 흡사 BMW의 럭셔리 모델이라고 할만한 I7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지커의 모델 X. 출처=김한용의 모카 캡처
또 지커(Zeekr)는 동승자석을 위한 디스플레이 이동 방식과 뒷좌석 바닥 부분을 위로 폴딩 하는 방식까지 보여줬다. 이 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500km이고 가격이 3,600만 원이라 국내 전기차의 절반 가격에 비슷한 스펙을 달성한 것이다.
과거의 중국산 자동차와 달리 이제는 믿고 쓸 수 있는 신뢰가 생겼고, 이것이 점유율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산 브랜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어이없는 실수나 브랜드 철학 없이 따라하기, 기술력의 리스크가 여전히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는 자동차의 교과서로 불리는 독삼사(벤츠, BMW, 아우디) 브랜드도 주목하는 지점이다. 중국은 모방으로 시작해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싼타페 신형(위), 디펜더(아래). 출처=각각 현대자동차, 랜드로버 공식 사이트
국내 사각형을 모티브로 한 중형 SUV 자동차가 최근 공개됐다. 이 차 역시 영국의 유명 SUV를 모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상품성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모방만으로는 지속적이고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주목을 받으면 곧장 모방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계적인 모방이 아니라 성공의 힌트를 찾아내고 ‘차별화’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참고로 저자는 김춘삼으로 인한 나비효과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모방한 유튜버가 김춘삼만은 아니다. 당시 불똥이 저자에게 튀어 확산된 것은 그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는 100억 원대 자산가이니. 또 하나, 이 사건을 통해 저자에게 배울 점은 사람들의 비난에 모든 활동을 접었지만 멘탈을 잡기 위해 몸을 움직여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그는 가만히 있지 않고 일어서기를 선택했다. 이 과정들을 통해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다시금 자신이 슈퍼 노멀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슈퍼노멀> 예약 판매 중이다. 출처=YES24 캡처
서평을 작성하는 시기 본 책은 예약 판매 개시 후 약 3만 7천 권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판매 6만 권을 돌파했다. 이 수치가 YES24 인터넷 서점 하나에서 나온 점에서 볼 때 다른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을 총괄하면 10만 권 돌파는 머지않았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책 읽지 않는 요즘 시대에 예약 판매 만으로 6만 권이라니!

과거 신사임당 채널에서 구 런던오빠와 라이브 방송 중이다. 출처=유튜브 캡처
구 신사임당, 선비 사상을 벗기다.
체면 문화 때문인지 유독 우리나라에서 돈 얘기를 꺼내면 좀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돈에 관해 제멋대로 윤리 강령을 주입했던 현대판 선비들이 얼마나 많았나. 돈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했던 시기 신사임당의 등장은 한국인의 고정 관념을 새롭게 쓰는 기점이 되었다.
해당 채널은 경제 전문 컨셉으로 구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돈 버는 법’이 유튜브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미국에서 온 존 머시기 때문에 무분별한 주식 열풍이 부작용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오리지널 신사임당의 영향력은 당시 센세이셔널 했다.

현대인은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본 책에는 저자가 그간 다 밝히지 않았던 진담들이 담겨있다. 또 차별화를 위해 그가 했던 노력이 구체성 있게 그려진다. ‘부자’가 되기로 선택한 저자를 롤 모델 삼는 독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끝으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이 나(저자) 뿐만 아니라 ‘당신도’ 해낼 수 있다”면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도 해낼 수 있다는 반란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