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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 사우나
이인애 지음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탄광마을 사우나, 열림원, 이인애
탄광마을 사우나를 처음 보았을 때는 손에 꼭 잡히는 크기와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우나라는
단어가 주는 온기와 부드러운 인상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힐링 소설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빠르게 읽히고 마음을 가볍게 덮어주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함께였다. 그러나
읽어나갈수록 이 소설은 단순한 힐링 소설로 묶이기에는 훨씬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민지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민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다이어리에 적혀 있던, 사우나에 묻어 놓은 3천만
원의 행방을 찾기 위해 자신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탄광마을에 머무르게 된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마을의 풍경과 그 안에 놓인 민지의 심리, 그리고 탄광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례로 드러난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민지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런 마음을 갖게 되었을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책을 읽는다기보다 한 편의 영화를 차분히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면 전환과 인물의 동선이 또렷해 머릿속에 화면처럼 그려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마지막 에필로그에 영화 대본 형식의 글이 등장해 작가 역시 이러한 의도를 염두에 두고 집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은 전반적으로 술술 읽힌다. 다소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서사가 과도하게 비장해지지 않는 이유다. 탄광마을의 쇠락, 생계와 관계의 균열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이를 자극적으로 부각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의 일상적인 선택과 침묵, 사소한 대화를 통해 삶의 무게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다만 중간에 등장하는 고양이와 비눗방울 같은 다소 환상적인 요소들은 후반부를 해석하는 데
있어 다소 애매함을 남겨 아쉬움으로 느껴졌다.
이 작품은
흔히 기대하는 힐링 소설은 아니다. 상처가 말끔히 봉합되거나 위로의 문장이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뒤에 남는 감정은 차갑지 않다.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분명한 따뜻함이 공존한다. 누군가의 삶을 쉽게 단정하지 않고 판단 대신 이해에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여운을 남긴다. 주말 동안 탄광마을 사우나 덕분에 강원도의 설백이라는 마을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