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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을 낭독하겠습니다 - 현직 판사가 사건을 맡고, 모든 이야기를 경청하고, 판결을 내리기까지
도우람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평점 :
제 평소 독서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는 책인데, 자료조사 겸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습니다. 저는 법학 전공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일상에서 법적 문제를 겪어본 적도 별로 없어서요. 그런데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내용을 전혀 모른 채 누가 보자고 해서 봤더니 더 재미있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일까요.
실린 사례가 흥미로운 게 많네요. 판결이 어떻게 나왔는지 안 실린 경우 원망스러울 정도로...... 읽는 게 고통스러운 것들도 있는데, 일상적인 것인지 특별한 사례를 고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쟁점을 정리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자녀들 다툼을 예로 드는 부분이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내용은 잊어버려도 여기에서 배운 건 기억이 날 거 같네요.
읽고 나니 '고소인' 같이 뉴스 기사에 나오는 단어가 새롭게 보였고요. 기사마다 형량이 적다는 둥 어떻게 무죄냐는 둥 욕만 하는 악플러 분들이 이 책 좀 읽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판사의 일이라는 게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어쩌면 저도, 할 수 있는지와는 별개로, 해보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어떤 작업에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인지 모른 채 진로를 선택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더군요. 그런 점에서 대학생, 로스쿨 학생들이 읽어보면 좋겠어요. 또, 저라면 막 일을 시작할 때, 앞으로 내가 대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이런 선배의 글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판사들이 하는 결정과 판결의 상당수가 이와 같은 판단의 영역에 있습니다. 칼로 무를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그럴듯한 상황에서, 혹은 모두 불확실한 가운데에서도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판사의 역할입니다.
유죄의 판단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중략) 아직도 그때의 판단이 정의로운 것이었는지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법의 허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일이 법관 윤리에 위배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건에 대해 말할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법관의 품위가 중요할까요? 의문스러운 재판 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게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나요? 보다 공적인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판결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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