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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아빠도 쉽진 않더라 -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동화, <퇴근 길 글 한잔!>
문수림 지음 / 마이티북스(15번지) / 2021년 9월
평점 :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동화,<퇴근 길,글 한잔!>는 1인 출판사로 '15번지'의 자체 고유 콘텐츠 브랜드이자 프로젝트라고 한다.
'1일 1마감'의 형태로 매일 다른 짧은 이야기를 연재하며 구독자들과 만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출판의 A to Z, 1인 출판사 15번지는 3가지 원칙으로 한다고 한다.
제 1원칙은 철저한 가내수공업 정신으로 최대한 많은 부분을 혼자서 직접 처리 할수 있어야 독자의 주머니 부담을 줄일수 있기 때문이고,
제 2원칙은 도서 판매 수익금 일부를 매년 사회기부활동으로 하는 것은 기회비용으로 영화티켓보다 책이 더 합리적인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고,
제 3원칙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으로 도서의 정가를 낮출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출판사,즉 원천 콘텐츠 생산자가 직접 독자에게 원고를 전달하는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저자가 독자의 부담을 주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니 단순히 작가의 이익문제라고만 생각한 내 짧은 소견이 참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이를 위한 재산이 쓰고 없어질 돈보다도 책이라고 하니 저자의 가치있는 삶이 보이며 ,그 안에서 자라날 아기 또한 바른 마음과 건강한 정신으로 성장할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은 실제 올해 태어난 자신의 아기가 누구보다 따스한 숨결을 지닌 영리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짧은 단편의 동화 모음집이다.
*두부장수와 도둑---맛있는 두부를 성실하게 매일매일 직접 만들어파는 두부장수는 두부를 기다리는 손님들과의 약속을 어길수 없다는 철칙으로 가족이 아파도, 궂은 날씨에도, 정말 두부만 열심히 만들어 팔았다.덕분에 누구보다 빨리 재산을 모을수 있어 사업장을 늘린다.이에 동네 사람들은 성실히 두부만 팔아 돈을 모은 두부장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복권당첨이라든지,최신식 공장이라든지,자기네들 생각대로 소문을 만들어냈다.그래도 두부장수는 아랑곳 않고 두부만 판다. 부자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인기가 굉장한 소문난 의적 도둑이 두부장수집에 만나 자신이 의적 들바람이라고 소개하지만 두부장수는 그저 도둑일뿐이라며 고함을 질러 도둑은 도망친다.그 일로 새로운 소문이 퍼진다. 탈세로 돈을 모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구린 구석이 있어 잠을 못자고 있었고 오히려 도둑이 잡힐뻔했다는 얘기로 두부장수의 두부는 사먹지 않겠다고 한다. 그 뒤 두부장수는 폐업을 하고 대체 뭐가 잘못되어서 망해버린건지 짐작도 못한 채 거지가 되어 그 동네를 떠나게 되는 이야기다.
두부장수는 그저 약속을 지키기위해 가족이 아파해도 생일에도 쉬지 않고 그저 성실히 두부만 만들어 돈을 쓰지 않으면서 큰돈을 모은다.
동네사람들은 두부장수의 그런 성실함보다도 두부장수의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유언비어에만 더 흥미를 갖고 온갖 소문을 만들어내며 사실인양 말하고 다니는 것을 즐겨한다.
오로지 두부만 만들고 사는 두부장수의 문제는 무엇인가..성실하게 돈도 아껴가며 큰돈을 모아 사업확장까지 했는데도 말이다..도둑이 들었을 때의 대처는 무엇이 문제였나..두부가게가 폐업하게 된 이유를 왜 알아보지도 않았나...두부장수의 삶은 분명 잘못되어 보이진 않아보인다.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일 뿐이고 ,도둑은 그저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일 뿐이라는 것인데....그리고 동네사람들은 기다리지 않게 두부를 살수 있게끔 일하는 두부장수의 성실함은 무시한채 허황된 말만 퍼뜨리나...사실 나도 진실에 가깝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진 않았다..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두부장수 이야기는 삶속에서 무엇을 진정한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요술공주가 된 마녀---젊었을땐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마녀가 자기의 아름다움을 감사히 여기지 못하고 가꾸어 나가지도 못하고, 또래의 사람들과 비교해가며 상심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솥에 이상한 재료들(개구리의 피부,찔레꽃의 뿌리,갓난아기의 손톱,진흙을 바른 지렁이 같은)을 끓인다. 다른 여자들에게 먹이면 자기가 더 아름다워질거라는 생각을 한것이다. 그러는 중 마녀에게 작은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찾아온다. 마녀에겐 자기보다 약하고 어린 생명을 보듬어 줄수 있는 마음이 아직은 남아 있어 마녀에게 아주 큰 변화가 온다. 햇살 아래에서 고양이를 무릎에 올려 등을 쓰다듬을때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 아, 이 아이를 ,이 아이가 내게 안겨다 주고 있는 우주만큼 넓은 축복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당당히."
그러기 위해서는 마녀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걸 깨닫고 변화하지만 변화의 과정은 아주 더뎠다. 마녀는 하루에 한 가지씩을 더하여 행동하였고 쉬지 않고 이어갔다.날려먹은 과거를 교훈으로 인내하는 법을 제대로 익혔던 것이다. 마녀는 이상한 솥을 버리고 새롭게 깔끔한 솥을 구해 이상한 재료들이 아닌 부드럽고 연한, 아주 촉촉한 수프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걸 아침마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지도 간직하지도 못한 마녀가 악한 마음을 먹지만 특이한 경험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깨달아 변해가는 마녀의 이야기는 많은 여운이 남는다...그 심경의 변화를 주는 고양이가 있었긴 했지만 악한 마음을 돌려 세상 사람들에게 진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선한 마녀가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무엇인가를 정반대로 변화한다는 자체가 너무도 어렵다. 그보다 더 어려운건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것이겠지만...우리는 어떠한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까지 시간과 물질적인 낭비로 헛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읽고 난후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짧은 동화여서 어렵게 읽히진 않았다. 하지만 그 동화가 주는 여운이 내겐 워낙 쎄서 짧은 글을 읽는 시간보다도 생각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 동화속에 대화자들은 사람,사물(포크,이불,보석등), 동물 등등 그 대상자들은 막론하다. 책속에서 나오는 대상자들의 입장에서 보니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 삶안에서 부딪치는 각 개인의 이해정도가 어느만큼인지도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고,타인의 입장도 다시한번 되새겨보게 됐다.
자신의 삶을 좀 더 성숙하고 가치있게 살아가고 싶어한다면 이 책 안에서 많은 변화를 느낄 것이다.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 이책을 만나 내 생각의 깊이도 더 깊어진거 같다.
이 책이 내 손 안에 와줘서 진심으로 참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그냥 흘려보낼수 없는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작가님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