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 - 애써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으니까, 한수희·김혼비·이유미·신예희 미니 에세이 수록
이치다 노리코 지음, 황미숙 옮김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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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 계속 읽어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읽어 봤다! 역시나 이번에도 전자책으로.

저자가 여성 잡지, 생활 잡지 쪽에서 일을 오래 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문체가 편안하다. 번역의 힘도 있겠지만 번역하기 전에도 이런 편안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는 오십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삶을 좀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그만둔 크고 작은 습관들에 대해서 일, 관계, 일상,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부제처럼 애써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하나씩 불필요한 습관들을 정리해나가며 느낀 자신의 생각들을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사실 50대가 하는 이야기라 30대인 나에게는 100% 다 공감이 되는 건 아니었고 한 60% 정도만 공감이 됐는데, 그런데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생활 잡지 쪽에서 에세이를 써왔던 작가의 노련함 덕분이 아닐까 싶다. 편안한 문체가 갖고 있는 힘이란.. 처음에는 좀 지루한가 싶었는데 읽으면서 점점 아, 이 사람은 이렇구나, 나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될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찬찬히 읽게 된다. 일본 특유의 감성도 느껴지는데 크게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해서 좋았다.

책 중간중간에 국내 작가 네 명의 미니 에세이도 수록 되어 있는데 솔직히 크게 인상적인 에세이는 없었지만, 튀지 않고 이 책이랑 잘 녹아드는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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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서 시작하기'를 백지로 돌려보자 인생을 마주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알지 못하지만 한걸음 내딛기 위해서는 몇 갈래의 길 중에서 '여기!'하고 하나를 선택해야만 해요.

그런데 이것이 실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 길이 정말 맞는지, 혹시 틀리진 않았는지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자신을 믿고 정한 쪽으로 발을 내딛는 거지요. 그것은 틀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틀렸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불안하고 무섭지요. 그렇지만 '모른다'며 계속 멈춰 있기만 한다면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즉, 맞는지 틀린지 판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발 내딛어보는 것뿐이에요.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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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집에서 밥을 짓고 무조림을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행복하고, 부모님이 건강하게 지내시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을요. 주말에 햇볕에 말려 까슬까슬해진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으면 '아~ 진짜 행복해' 하고 느끼고, 내가 낸 책이나 잡지를 읽고 힘을 얻었다는 독자가 있으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뭐지? 행복이란 여기저기 넘쳐나고 있는 것이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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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끝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인생 후반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기보다는 가볍게 내려놓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못하는 일'을 그만둬보면 내 안의 힘을 통째로 '할 수 있는 일'에 쓸 수 있어요.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의 정밀도가 높아져서 더 잘하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제가 찾아낸, 저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좋은 방법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연료에 불이 붙으면 더 편하게, 더 멀리까지 기분 좋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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