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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 당당하게 학부모와 마주하기 위한 민원 대응법 36 ㅣ 성효 쌤의 교사 멘토링 1
김성효 지음 / 빅피시 / 2024년 6월
평점 :
심각한 교권침해를 겪은 해가 있었다. 학부모로 인한 교권침해 피해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만들어서 지금도 나를 종종 괴롭힌다. 다짜고짜 받은 '선생님, 전화주세요'같은 문자에 가슴이 뛰고 학생들의 하루를 복기하며 교무일지를 뒤적여본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면 별 일이 아님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요즘 교사들은 학생들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문자 예절까지 가르쳐야 하나 자조섞인 푸념을 하곤 한다.
다행히 올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나와 잘 맞는지 아직까지 큰 일은 없다. 문제는 나의 트라우마를 만든 것 같은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과 이 모든 일이 학년도가 시작하기 전 한 번의 뽑기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어떤 해에는 괜찮다고 소문난 학년에서 우리 반만 험난한 한 해일수도 있고, 잔뜩 긴장하고 간 학년에서 아무 일 없이 한 해를 보낼 수도 있다. 진짜 힘들다 소문난 학생이 있었는데 나를 만난 해에는 잠잠할 수도 있고, 어떤 해에는 문제가 하나도 없을 것 같았는데 서로 다른 반끼리 섞이면서 희한한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나의 한 해가 단순히 운으로 결정되는 이런 일을 매년 겪다보면 반을 뽑는 시기에는 잠을 설치고 악몽을 꾸기도 한다.
저자의 글은 사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로 이뤄져 있다. 단지 이제는 전처럼 내가 무능해서 나만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오해와 착각으로 괴로워하지 않고 저자같은 관리자, 교육청, 변호사, 노조 등의 도움과 매뉴얼이 있다는 점에서 위로가 되었다. 혼자 끙끙 앓을 때, 주변에서 수군수군 나를 향해 떠들어 댈 때의 괴로움은 학부모에게서 당한 교권침해보다 더 나를 괴롭혔었는데 이제는 내 잘못이 아니라 함께 얘기해 줄 사람이 조금 더 생긴 것에서 위로를 받았다.
언제 어디에서 교권침해를 당할 수 있고, 학부모나 학생에게서 괴롭힘을 당할 지 모른다. 이제 교사로 살아온 시간보다 교사로 살아갈 나날이 더 짧은 지금 책에서 힘을 얻고 남은 시간을 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지내야겠다. 이 책은 정서적 아동학대가 부모들의 무기처럼 변질된 이 시기에 미성년자를 상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